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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바뀌어도 원칙은 그대로다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이 발표된 후 입시기관과 언론들의 분석이 분분하다. 수시모집에서 수능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정시모집 비중이 크게 늘 것이라든가, 논술고사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사교육 과열이 우려된다든가,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이 유예돼 일반고가 유리해졌다는 등 갖가지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2017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변화의 대상이 되는 현재 중학생과 학부모들로서는 어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디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면 학교생활과 공부, 진학 준비의 원칙은 크게 달라진 게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숙련 인력을 기르던 시기를 진즉에 넘어 창의적'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전인적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재 선발의 기준도 단편적 지식 암기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추구했느냐에 맞춰진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입시제도가 여러 번 바뀌었어도 전형의 원칙이 적성, 진로, 꿈과 끼 등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입전형 역시 수시와 정시 체제가 유지되는 한 원칙은 달라질 게 없다. 수시에서는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특기'소질을 중시하고 정시에서는 전체적인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수시 비중을 늘려온 탓에 당분간 모집인원 변동은 불가피하겠지만 수시'정시 체제의 근간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수시가 30%가 되건, 40%가 되건 수험생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회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상당수 대학이 지난 몇 년 동안 수시에서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특기'소질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역량을 충분히 키워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부와 추천서,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와 전공 적성을 확인하는 면접만으로도 얼마든지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전문성이 강화된 것이다. 논술 역시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출제한다고 해도 모집단위별 출제나 평가요소 세분화 등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면 유용한 전형방법이 된다.

결국 학생들의 학교생활이나 진학 준비 원칙도 달라질 건 없다.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흥미와 소질에 맞는 진로를 충분히 탐색하고 고교 진학 후에는 그에 맞는 학습과 생활을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기본 교과 학습에 충실하면서 진로와 관련된 심화 교과를 수강하고, 동아리 활동을 내실 있게 계속하고, 자기주도적 전공 준비 활동을 해나가면 입시제도가 어떤 형태로 결정되든 어려움이 없다. 내년 고1부터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데 각 고교에서 수능 준비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력을 한다면 사교육에 기댈 필요도 없다. 입시기관과 언론의 호들갑 장단에 엉덩춤을 출 이유는 더더욱 없다.

김재경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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