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국회의원 연대 체포동의안

면책특권 국회의원 체포 절차, 헌정 65년 53건 중 12건 가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끝내 구속됐다. 국내 헌정사상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첫 사례다. 이 의원은 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영장심사를 한 수원지법 오상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대하고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비밀모임 조직원 130여 명과 가진 모임에서 국가 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후 100여 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역대 5건 중 1번꼴로 가결

1948년 제헌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65년 동안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6대 국회까지는 구속동의안)은 이번 이석기 의원 체포안까지 포함해 총 53차례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역대 12번째임을 감안하면 지금껏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 5건 중 1건꼴로 가결된 셈이 된다.

체포동의는 현행범을 제외하고 회기 중 면책특권을 지닌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기 위한 제도다. 제헌헌법부터 현역 의원을 체포'구금할 때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6대 국회까지는 국회의 구속동의를 얻도록 하다가 1960년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현행과 같은 체포동의 요청 절차를 규정했다.

1949년 양곡과 비료 횡령사건 관련 혐의로 무소속 조봉암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이 제출된 것이 최초다. 하지만 이 구속동의안은 부결됐다.

따라서 제일 먼저 가결 처리된 것은 2대 국회에서다. 1953년 자유당 양우정 의원이 일명 '정국은 간첩 사건'과 관련해 정국은이 일하던 언론사 발행인이라는 이유로 구속동의안이 통과됐다. 1964년 이후 22년 동안은 제출된 사례가 없어 사문화됐다. 이후 1986년 12대 국회에서 신민당 유성환 의원이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고 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고 통과되면서 부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결은 쉽지 않았다. 가장 많은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16대 국회(15건)와 두 번째로 많은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15대 국회(12건)에서는 단 한 건의 체포동의안도 가결되지 않았다. 이는 1997년 대선에서 수평적 정권교체가 있고 나서 정부가 대대적인 사정의 칼을 빼들었으나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권이 '방탄국회' 효과를 누린 덕분이다.

그러다 2010년 9월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신흥학원에서 총 78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했다. 이날 가결은 14대 국회인 1995년,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민주당 박은태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나서 무려 15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져 박 의원만 가결됐다. 여당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거센 비판을 들어야 했다.

가장 최근에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무소속 현영희 의원이다. 지난해 9월 본회의에서 국회는 후보 공천 청탁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현 의원 체포동의안을 200표의 찬성으로 처리했다.

◆첫 내란음모 혐의 체포

국회는 이달 4일 본회의를 열어 내란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89명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가결됐다. 258표는 통과된 역대 체포동의안 12건 중 가장 많은 찬성표다. 또 이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된 역대 첫 현역 의원으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여야가 압도적인 표로 이 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박탈한 것은 내란음모 혐의의 위중함과 당국의 신속한 수사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역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이날이 12번째"라면서 "그러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표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종북'(從北)에 대한 퇴출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를 담은 표결"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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