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원 없는 청소년수련시설, 유지 운영 돈벌이 내몰리다

지자체들 예산 쥐꼬리, 87%가 유료 강좌 수익사업 안할 수 없어

대구지역 청소년 수련시설이 스스로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소년 수련시설 유지'운영비 마련에 급급해 건전한 청소년 육성이란 설립 취지와 달리 문화'체육 강좌 등 수익사업에만 몰두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청소년의 문화'체육'교류 활동 활성화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청소년 수련관'수련원'문화의 집 등 청소년 수련시설을 짓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말뿐인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터무니없는 '운영비 지원' 관련 규정 때문이다. 관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수련시설 운영'유지비를 지원할 수 있다. 청소년 육성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청소년 수련 시설 운영을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빈곤은 청소년 수련시설의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경우 전체 13개 청소년 수련시설 중 재정자립도가 낮은 남구는 부지매입비와 시설설립비를 마련하지 못해 청소년 수련시설이 없다. 서구는 청소년 수련시설 관련 지자체 지원비가 한 푼도 없다. 나머지 청소년 수련시설도 지자체 지원금이 전체 운영비의 20%에 불과해 수련시설 유지'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년 수련시설은 부족한 운영비를 스스로 메우기 위해 유아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영장 운영 등 갖은 수익사업을 동원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청소년 수련시설의 올 하반기(9~12월) 운영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성인과 유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프로그램이 전체의 87.3%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만이 청소년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 수련시설 관계자는 "현재의 수입구조로는 문화'체육 강좌가 수련관을 유지'운영하게 하는 유일한 '돈구멍'이다"며 "당장 직원들 월급 챙겨 주기도 힘들다 보니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료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청소년 활동을 지원한다며 수십억원의 세금을 들여 지은 청소년 수련시설 혜택이 정작 지역 청소년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

여성가족부 청소년활동진흥과 관계자는 "지자체의 청소년수련시설 설립은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지자체는 설립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 수련시설 설립을 독려하고 있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수련시설을 '건전한 청소년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수련시설 운영비 지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제원 대구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총장은 "청소년 수련시설은 청소년 문제 발생을 막고 건전한 청소년으로의 성장을 돕는 예방 기관이다.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비전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성 있는 목표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시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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