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엄마, 누구 마누라 말고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
일에 치여 힘들다는 필자의 하소연을 들은 친구의 말이다. 자녀가 고등학생이 된 또 다른 친구는 "점점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줄어들고 돈이 해줄 수 있는 게 늘어가는 것 같아. 뭐라도 하고 싶은데"라며 한숨을 쉰다. "매일매일 애들 뒷바라지에 동네 아줌마들과의 수다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모처럼 모인 대학 친구들과 떨었던 수다의 한 부분이다. 함께 모인 네 명 중 필자를 제외한 세 명은 모두 현재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지난 5월 LG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기혼 여성 중 취업을 하지 않은 여성은 무려 404만 명에 달하며, 이들 중 경력 단절 여성(결혼, 출산 및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97만 8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단절 여성의 82%가 재취업을 원하고 있으며, 직장을 그만둔 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73%가 직장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대답하였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을 살펴보면, 25~29세 6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13개국 평균(74%)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으나, 30대에 접어들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OECD 상위 13개국은 30~34세 76%, 35~39세 77.3%의 상승세를 유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0~34세에 54.8%, 35~39세 54.1%로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최근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정부와 많은 기업이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CJ는 '언니가 돌아왔다!'란 타이틀로 경력 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인턴 제도를 실시하였으며, 스타벅스는 올 하반기 퇴직 여성 인력 100명을 대상으로 '리턴 맘 시간 선택제 채용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사이트도 많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 여성가족부의 위민넷(www.women.go.kr),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여성인력개발센터(www.vocation.or.kr)에서는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공공 기관에 재취업할 시 과목별로 2% 이내의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엄마 가산점' 법안도 발의되는 등 여성 재취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엄마 가산점 법안만 해도 발의 직후부터 찬반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극소수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보고서에 의하면 경력 단절 여성 취업자의 반 정도가 다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첫 번째 이유가 가사나 육아 등 집안 사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육아 등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현업에 복귀하려 해도 집안일이 다시 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인 것이다. 또한 경력 단절 여성 취업자의 50% 이상이 1년 미만의 임시계약직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여성 재취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을 가족, 그리고 사회제도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 재취업으로 인한 가정에서의 엄마의 빈자리는 아빠와 함께하는 또 다른 보람된 시간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동시에 엄마의 재취업을 통해 아빠들의 경제적 부담 역시 나눠 가질 수 있다. 일하고 싶은 엄마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아 실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여성 취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확대, 가족의 지원, 그리고 취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김미경/대구가톨릭대 교수·호텔경영학과 mkagnes@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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