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와 실직자의 시름이 깊어지는 반면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상품과 추석 고가 선물 세트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구경북 2만여 명 임금체불
소규모 자동차부품회사에 다니던 김모(58) 씨는 추석을 1개월여 앞둔 지난달 초 회사를 그만뒀다. 올해 초부터 임금이 밀리다 최근엔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김 씨가 지금까지 받지 못한 임금은 240만원에 달한다. 김 씨와 함께 일했던 10여 명의 동료도 비슷한 액수의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노동부에 임금 체불 진정을 넣었지만 임금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김 씨는 "추석을 앞두고 돈 나갈 곳도 많은데 몇 푼 안 되는 실업급여로 명절까지 지내려니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임금을 체불한 대구경북지역 사업장은 8천456곳에 이른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모두 2만6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천421명보다 6.5% 늘었다. 이들이 받아야 할 체불 임금은 658억9천여만원으로, 1인당 평균 310여만원의 임금이 밀린 셈이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대구경북지역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6만3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3천303명보다 소폭 줄었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한 달 평균 7천5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기는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구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초부터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9) 씨는 올해 추석을 고시원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 씨는 "추석에 내려가면 으레 받게 될 친척들의 취업에 관한 질문공세가 두려운 것도 있지만, 빠듯한 생활비에서 교통비를 빼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차라리 얼른 합격해 내년에 당당하게 고향에 내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유통업계는 특수
상당수 여행사의 해외여행 상품은 매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는 5일 연휴에 이틀만 더 붙이면 최대 9일간의 휴일을 보낼 수 있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0일 하나투어 대구지사에 따르면 올해 9월분 해외여행상품 판매실적이 지난해 대비 20~30%가량 늘었다. 대만 쪽 상품은 일찌감치 동났고, 이날 현재 연휴기간 출발하는 전세기의 모든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하나투어 대구지사 관계자는 "이틀만 휴가를 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 영향이 크다"면서도 "통상적으로 대구경북은 보수적 분위기 때문인지 명절 앞 수요가 거의 없는 곳으로 통했기에 이 같은 반응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대구점과 상인점에서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추석선물세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8% 늘었다. 대구백화점도 올해 추석상품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5~20% 정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홍보팀 이준혁 대리는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면서 "특히 경기침체 탓에 고가 상품이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만원 이상 고가 상품군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했다.
이화섭'신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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