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제정된 수도권 규제법이 유명무실하다. 규제법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특례법이 남발되면서 기업들이 지방을 쳐다보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각종 규제 완화 움직임에 수도권은 충청권과 강원권까지 비대화했고, 국토균형발전을 꿈꿨던 대구경북 등 지방 소외는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지방이전은 느릿느릿, 충청'강원에 지원 몰려
수도권 규제 완화 조짐에 국내 기업의 지방(수도권 제외) 유치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서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기업의 지방 이전 유도 정책 성과' 자료에 의하면 '지방 투자 촉진 정책'이 시행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에 공장을 신'증설한 기업은 수도권보다 현저히 적었다. 정부는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신'증설, 복귀할 때 지자체가 기업에 주기로 한 보조금의 70%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년간 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530개로, 연평균 58개, 13개 지방 평균 4.4개로 그 실적이 저조했다.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강원권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지방 가운데도 기업 유치 실적이 높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기업 유치로 보증금을 받은 지역 가운데 충남이 총 125개 기업(141건)을 유치해 실적이 가장 높았다. 80개 기업(115건)을 유치한 강원과 54개 기업(71건)을 유치한 충북은 각 2, 4위를 기록해 충청'강원 지역에서 259개 기업(327건)을 유치해 같은 기간 지방으로 간 기업 수(530개)의 절반에 육박한다.
기업 유치 실적은 지원받은 국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국비 지원액(5천123억여원) 가운데 30%에 이르는 1천500억원이 충남에 지원됐고, 충북(805억원), 전북(561억원), 강원(54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선 수도권과 가까워 통근권에 있는 충청'강원 지역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1년 국내 인구통계에 따르면 1970년 인구 통계 작성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인구가 빠져나갔다. 반면 충청'강원 등 중부권은 3만5천 명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이 있는 아산시, 대산산업단지가 있는 서산시 등은 중소기업 산단이 발달한 천안시와 함께 수도권 인구 유입이 가장 많았다.
중부권의 인구팽창은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으로 이어진다. 2011년 충남의 1인당 GRDP는 3천642만원으로 전국 2위를 기록해 전국 평균 2천496만8천원보다 1천100만원 이상 많았다.
◆소외된 영남권
규제 완화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영남지역이다. 수도권 광역화의 역풍에 영남권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앞선 자료에서 대구는 34개 기업(35건)을, 경북은 33개 기업(33건)을 유치해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 이후 비슷한 기간에 6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한 인천시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남권에는 국비 지원도 인색했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울산 5개 시도가 기업 유치로 받은 국비는 711억1천만원으로 전체 지원액(5천123억3천만원)의 13.9%에 불과하다. 5개 시'도를 합쳐도 충북 지역 지원액(805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호남권 3개 시'도도 1천128억5천만원을 받았지만 영남권에 비하면 호사롭다. 비수도권 사이에 벌어진 격차는 영남권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촉진을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다. 오히려 경기회복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의 고삐를 풀어가는 형국이다. 어렵게 시행된 규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풀렸지만, 다시 묶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수도권 배불리기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외국 대기업과 합작, 공장의 대구 이전을 검토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자체가 공장부지를 무상임대해주거나 직원 편의시설을 마련해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연구'관리직 인력들이 지방행을 달갑게 여기지 않아 수도권 입지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지방 이전을 더욱 피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지하철'KTX'고속도로 등 교통 발달로 충청지역에서 통근'통학하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며 "중부권의 비대화를 가져온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수정해 영'호남권으로 동력을 확산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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