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수필-보이지 않는 단단한 줄

박태원(구미시 선산읍)

나는 무남독녀 딸 하나를 뒀습니다. 자식을 더 두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딸이 결혼을 일찍 하더니 곧 아들을 낳았고, 우리 내외가 그 외손자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손자에게 정이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특히 더 금이야 옥이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도 우리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손자와 같이하는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손자가 커서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동안을 아침마다 집에서 나와 같이 놀겠다고 울었습니다.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차라리 어린이집을 보내지 말까 싶었지만,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픔을 이겼습니다.

그러던 두 달 뒤, 어린이집 가정통신란에 담당선생님이 쓴 글이 보였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OO체육관에 갔는데, 가다가, 현성이가 할아버지 차를 발견하고는 할아버지를 부르며 한참 동안 울었습니다"고 했습니다.

그 글을 읽는데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날 낮에 볼일이 있어 읍내 쪽으로 차를 몰았는데, 그 차를 손자가 보았고, 그리고 나를 찾아 많이 울었나 봅니다.

어린 것을 키우다 보니 정이 들어서인지? 핏줄이어서인지? 보이지 않는 그 줄이 참으로 단단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 언젠가는 서로 헤어져야 할 터인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손자는 더 커서, 경기도 광명에 있는 부모 곁으로 가서 그곳 안현초등학교에 잘 다니며 지금 2학년입니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줄이 있어서, 방학 때마다, 그리고 올여름에도 우리 집(외가)에 와서 두 주간 재밌게 놀다가 광명 집으로 갔습니다. 그 단단한 줄은 행복과 기쁨의 물을 퍼 올리는 두레박줄입니다. 손자와 문자도 자주 주고받으니 기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단단한 줄을 손에 잡고, 손자가 겨울방학 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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