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령시에서 달구벌대로 진입 숨통부터 틔워라"

중앙로 진입 CCTV 단속…운전자, 상인 先대책 요구

이달 12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파출소 앞. 택시와 일반차량 통행이 제한된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에서 택시는 '영업 중'이었다. 일반 차량도 서슴지 않고 전용지구로 나와 반월당네거리를 향했다. 전용지구에 들어서기 50m 앞부터 '진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택시기사 곽모(54'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약령시와 동성로를 오가는 승객들이 많은 지역인 데다 반월당네거리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어 이곳에서 자주 손님을 기다린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불법통행 차량 단속이 강화되면서 달구벌대로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와 인근 상인들은 강압적인 단속이 아닌 달구벌대로 교통체증을 뚫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중앙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뒤 일부 운전자들은 약령시 입구에서 반월당네거리까지 전용지구 구간 승용차 진입 허용을 요구해 왔다.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동아백화점 쇼핑점에 몰리는 차량으로 인해 인근 달구벌대로가 교통지옥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약령시를 나와 반월당네거리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방법은 두 가지. 현대백화점 대구점 옆 이면도로와 동아백화점 쇼핑점, 삼성금융프라자 사이 이면도로를 통과하는 것.

하지만 이 구간을 지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 백화점과 약령시를 오가는 차량이 뒤엉켜 좁은 도로는 수십 대의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어렵게 이면도로 앞을 통과해 달구벌대로 진입에 성공했지만 이는 전반전에 불과했다. 반월당네거리로 가기 위해서는 계산오거리 방면에서 U턴을 해야 한다. 5차로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차량을 피해 1차로로 가는 것은 곡예 수준의 운전 실력을 요구했다. 끊임없이 차량이 밀려왔고, 차로를 바꾸려고 하면 주변에서 울려오는 요란한 경적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자칫 대형 교통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반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이용하면 간단하다. 약령시 입구에서 우회전해 150m만 가면 반월당네거리에 도착한다. 10여 분 걸릴 거리를 전용지구를 통하면 5분 안에 지날 수 있다. 게다가 약령시 입구에는 이를 단속하는 CCTV도 없었다. 전용지구를 불법 통행하는 얌체 운전자가 생겨나는 이유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운전자들은 더 이상 꼼수를 부릴 수 없게 됐다. 대구시가 약령시 입구에서 반월당네거리 방면으로 불법 통행하는 차량 단속용 CCTV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약령시를 찾은 주부 김인영(42'대구 남구 이천동) 씨는 "약령시는 한번 들어오면 현대백화점 앞 교통체증으로 빠져나가기가 어렵다"며 "종종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했다.

상인들도 약령시 활성화를 위해 전용지구 일부 구간 해제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약업사를 운영하는 박동철(51) 씨는 "전용지구가 생기고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약령시는 주로 승용차를 이용해서 오는 손님이 대다수인데 출입구를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불평했다. 약령시보존위원회 공영권 이사장은 "전용지구 일부라도 해제해서 약령시를 찾는 손님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쇠퇴한 상권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통전문가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유지하되 바뀐 주변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교통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용지구가 지정될 당시만 해도 대안 통로를 곳곳에 마련해뒀지만 지자체에서 주변 교통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현대백화점과 주차장 건립을 허가하면서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졌다"며 "바뀐 환경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기혁 대한교통학회 회장은 "전용지구 지정 3년이 넘어서면서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전용지구 지정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무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전용지구 일부 구간통행을 허용하는 것은 원래 취지를 생각하면 어렵다"며 "CCTV 설치 후 주변 교통 흐름을 살펴본 뒤 좀 더 원활한 차량 소통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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