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파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무력화시켰다. 박 대통령은 30일 '소신'을 굽히지 않던 진 장관에 대해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질책하고는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진 장관의 사표 수리를 함으로써 진 장관의 '항명'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까지 지낸 최측근 인사가 정책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갈등 끝에 물러남에 따라 책임장관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책임장관제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예산과 인사, 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해 책임장관제를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집권 후 상황은 달라졌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일일이 '깨알같이' 챙기는 리더십을 강화하면서 각 부처 장관의 역할과 위상은 축소되고 있다. 국무회의 때마다 장관들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적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른바 '깨알리더십'이다.
정책은 물론 인사까지 주무부처 장관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하부처 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도 장관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주무부처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아예 "대통령은 박근혜"라며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정책을 둘러싸고 입장 차가 벌어질 경우, 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2006년부터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고 인수위 때도 밝힌 바 있다. 장관이든 누구든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이것은 박 대통령이 철학을 갖고 있는 정책"이라며 "진 장관이 무슨 생각을 가졌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 때문에 장관을 못하겠다면 애초에 장관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의 소신이 부딪칠 때는 대통령이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내각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일일이 정책을 챙기는 상황에서 주무 장관이 소신을 내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 '책임장관제'는 사실상 폐기된 것과 다름없다.
사실 박 대통령이 임기 초반 '공무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국정철학을 강조, 청와대비서실을 통해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책임 총리, 책임장관제는 무력화된 측면이 강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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