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 지식기반경제를 잇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문화산업과 도시정책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창조라는 용어가 거의 쓰이지 않고 그 대신 발명, 혁신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발명이 발명가의 몫이라면 혁신은 혁신적 기업가의 몫이다. 발명품 모두가 상품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발명품 중에서 돈 될 만한 것을 가려내어 상품화하는 것이 혁신이다. 창조는 혁신보다는 발명에 더 가까운 어감을 지녔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연결시켜야만 경제발전이 이뤄진다.
일찍이 슘페터는 혁신을 '생산요소의 신결합'이라고 정의하고,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슘페터는 주로 노동, 자본, 자원 등 실물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에 초점을 둔 반면 창조경제에서는 지식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다. 따라서 창조경제에서의 혁신은 '지식과 아이디어의 신결합(융합)'을 통한 신제품, 신공정의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이후 경제발전정책의 공간 단위로 국가보다는 지역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혁신에 있어서도 지역적 접근이 중요하다. 지역혁신시스템론에 따르면 혁신 과정의 중요한 요소들이 '지역화'되어가고 있는데 그 주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 자원이 혁신역량 강화에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전문화된 노동시장 및 노동력, 생산체인, 학습과정과 지식 일출효과 등은 지역적 특성이 강하다.
둘째, 혁신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비공식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무형의 자산, 즉 신뢰와 파트너십은 구성원들 간의 지식, 정보의 교류를 촉진하고 호혜적인 거래관계의 유지에 도움을 준다.
셋째, 혁신의 활성화에는 연관 기업들 및 유관기구들 간의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역혁신시스템론자들은 특히 형식지(codified knowledge)보다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암묵지는 비공식적 대면접촉을 통해 교류가 이루어지며, 이러한 대면접촉에는 지리적 근접성이 결정적 관건이 된다.
창조경제론은 창의성, 상상력, 아이디어 등을 상품화함으로써 기존 생산체제 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으로, 형식지에 비해 지리적 근접성이 관건인 암묵지의 중요성이 높다. 창조적 행위가 강한 지역성을 띤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창조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지역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창조경제를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뾰족한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지역혁신시스템론을 재해석, 적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주로 과학기술과 산업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역혁신시스템론의 외연을 인문, 예술 분야로까지 확장하여 지역 내에서의 소통과 융합을 촉진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커뮤니티) 차원의 문화-예술-산업-연구개발 종사자 간 다양한 소통과 융합이 창조경제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지역 차원의 창조경제 육성에 관한 명시적 내용이 빠져 있는데, 암묵적으로나마 각 국정과제별로 지역 차원의 창조경제 구현 방안을 강구하여 전체 국정 기조와 조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역혁신시스템론은 이를 위한 중요한 정책 틀이 될 수 있다.
저명한 광고인으로서 창조산업의 중심에서 일하는 박웅현은 "광고에 필요한 발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실은 책이나 수업이 아니라 회의실이다.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이다"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창조활동의 공간은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무엇인가?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 대면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 즉 지역사회이다. 창조성의 함양, 창조성의 산업화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정보, 감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데서 이루어진다. 창조경제의 실제 구현은 지역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장재홍/산업연구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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