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출신의 대표적인 프랑스 화가 바르텔레미 토구오(Barth l my Toguo)의 한국 첫 개인전이 우손 갤러리에서 11월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토구오는 원시적이고 이국적인 이미지들을 동원해 식물-자연-인간의 구분을 와해시키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그는 식물과 자연, 고통스러워하거나 슬퍼하는 인간을 작품의 주요 요소로 등장시킴으로써 아프리카 출신, 흑인 남성이라는 개인적 서사를 인류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형상화한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나약하며, 자기 내부의 공포와 싸우는 동시에 자연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의 수채화 작품 'THE SMELL OF LIFE Ⅰ'(113×90cm, 2013)는 사람의 머리를 밟고선 또 다른 사람을 형상화하고 있다. 타인의 머리를 밟고선 사람은 늘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한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몸뚱이 곳곳에 못이 박혀 있다. 이런 모습은 아름다워지려는(육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와 명예, 쾌감을 얻으려는) 욕망은 못이 박히는 고통을 감내하는 동시에 타인을 밟고 서야 한다는 현실적 부조리를 은유한다.
이 음울한 그림을 두고 작가는 "아름다운 축복"이라고 말한다. 비록 삶은 고통스러운 면을 갖고 있으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자연의 도움을 받으며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림에 나타나는 줄기와 잎은 사람과 자연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서로가 돕는 모습을 상징한다. 그의 그림에서 나뭇잎처럼 보이는 것은 나뭇잎이기도 하고 심장이기도 하다. 심장과 나뭇잎은 사람과 자연의 생존조건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람과 자연이 서로 관계를 맺고,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아름다운 축복'이라고 규정하는 까닭이다.
작가는 자연의 영성을 믿는다고 했다. 'THE SMELL OF LIFE' 시리즈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은 대체로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을 그려낸다. 어떤 작품에서는 땅 위에 있는 인물의 얼굴이 땅 밑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인간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선들이 꽃잎과 연결되거나 나무줄기를 통해 타인의 입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토구오의 이미지들은 인간을 이 세상의 지배자가 아니라 물이나 땅에 뿌리를 내려 식물과 공생하는 세계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기획전에는 토구오의 설치 작품과 함께 드로잉 10여 점, 판화 20여 점 등 총 40여 점이 전시된다. 토구오는 프랑스 파리 퐁피듀 센터, 미국 뉴욕 모마, 미국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독일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과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2009년 대전시립미술관, 2012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지만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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