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의혹과 관련, 검찰이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삭제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화록 공방은 제2라운드에 들어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4일에도 전방위 공세를 이어갔다. 대화록의 실종 인정 여부와 함께 추후 사실 관계 확인 대상, 문재인 의원 책임론 등을 놓고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봉하 이지원'에서 삭제됐다가 수사 과정에서 복구한 대화록 '초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굴욕적인 회담으로 비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삭제된 초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여러 곳에서 자신을 '저는' '제가'라고 낮추어 표현했으나 수정본에서는 '나는' '내가'로 수정돼 있다는 것이다. 원본에 있던 '저(低)자세' 표현이 수정본에서 바뀌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수정 지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또 검찰은 초본에 있던 김 전 위원장과 북한을 칭찬하는 내용 등이 수정본에선 일부 누락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저자세 회담' '굴욕적 회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대비해 노 전 대통령이 초본 삭제는 물론 문구 수정을 지시해 수정본을 봉하 이지원에 남겨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노무현정부가 굴욕적인 회담 내용이 담긴 대화록을 삭제하고 수정했다는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당시 정부 관계자들을 모두 소환해 진상 규명은 물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초 실종'의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내주 초부터 노무현정부 관계자 30여 명을 본격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인지 대통령기록물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검찰은 '봉하 이지원'에서 확보한 회의록 두 건의 성격과 관련,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해야 할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국가정보원이 보관하다 지난 6월 공개한 회의록은 공공기록물로 규정했다. 회의록의 성격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회의록은 국정원이 녹취본을 토대로 만들고 국정원장 결재를 받아 생산, 접수, 관리했다. 공공기관인 국정원이 생산, 접수, 관리한 문건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봉하 이지원 회의록은 청와대에서 생산해 이지원에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로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대화록 삭제 의혹으로 넘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일 "대화록 폐기가 확인됐다. 대화록 공개를 주장한 문재인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날 선 공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대화록 존재가 확인됐다. 사초 실종은 허구"라며 공세 차단에 나섰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2007년 청와대에서) 총괄 책임자였던 문재인 의원이 폐기를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대화록을 열람하자고 했다면 양심 불량"이라며 '문재인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수세에 몰린 정권의 국면 전환용 조치"라면서 "오히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회의록 사전 유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순회 투쟁 중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대선 당시 회의록이 박근혜 후보 캠프에 유출돼 유세에 활용된 의혹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는 국론 분열을 야기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명백하게 규명된 사실 관계만을 밝혀서 정쟁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확인을 위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던 우윤근'전해철'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록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이지원 사본에 존재한다. 사초 실종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했다.
이들 의원은 또 "검찰의 기습적 수사 과정 공개는 국면전환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은 (대선 과정에서의) 대화록 불법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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