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수학에는 왕도가 있을까? 없을까?

올해 7월 1일에 미국 예일대 312년 역사상 처음으로 수학과 여성 종신교수로 임용된 여성수학자 오희 교수의 이야기는 학문하는 자세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모든 인터뷰에서 항상 제기되는 질문은 "수학을 잘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요?"이다. 오희 교수의 대답도 의외로 간단하다. "이렇게 말하면 재미없지만 수학 왕도는 열심히 하는 것뿐이에요. 먼저 좋아하게 만들어야 해요. 좋아하면 시간을 투자하게 되고 그러면 쉬워지고 결국 잘하게 되니까요."

그녀는 어떻게 열심히 하게 되었을까? 답은 '바보 훈련'에 있었다. "제가 바보라는 걸 인정하니까 겸손해지더군요. 어떤 수학문제든지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됐습니다." 즉 게으른 천재보다는 성실한 바보가 수학을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머리만 믿지 말고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갖고 문제 푸는 기술만 배우기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의 자녀가 수학을 잘하게 하려면 바보 아닌 바보가 되어 근면성실함으로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학습하는 게 좋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의 특성 중의 하나는 '수학적 지각력'이 높다. 쉬운 말로 일상생활의 상황을 항상 수학적으로 바라보려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반대로 일상생활의 상황을 수학적으로 생각하도록 조기에 훈련을 시키면 수학을 좋아하게 되고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령 달력에서 다양한 규칙을 찾아보게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게 한다. 2×2 정사각형 안의 네 수에 대해 대각선상에 있는 두 수의 합이 서로 같다. 또 대각선상의 두 수의 곱은 항상 차가 7이다. 이것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확장하면 어떤 규칙이 있을까? 계속 아이와 이야기하듯이 달력 문제를 만들고 해결해 나가보자. 자연스럽게 STEAM 교육이나 스토리텔링 수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사고실험을 즐겨하도록 한다. 사고실험은 머릿속에서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을 말한다. 사고실험을 잘하는 아이가 수학을 잘한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가능한 해결 방법을 떠올리고 그에 따라 머리로 문제를 가상적으로 해결해 보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서면 직접 푸는 것이다.

예컨대 정육면체에서 칼로 자른 단면 중에서 오각형이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비효율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다 잘라보고 나온 결과를 답으로 하기보다는 머리로 오각형은 변이 5개이기 때문에 5개의 면을 지나도록 자르는 사고실험을 먼저 하고서 실제 자르거나 선을 그어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개념과 원리는 이해를 먼저 잘하도록 하고, 이를 적절히 적용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자기만의 개념과 원리 노트를 만들게 하고, 개념이나 원리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예컨대, 사다리꼴 넓이 공식 '(윗변+아랫변)×높이÷2'에서 윗변이 0이면 어떻게 될까? 바로 삼각형 넓이 공식이 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윗변과 아랫변이 같으면 어떻게 될까? 평행사변형 넓이 공식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오답노트 작성하기, 수학일기 쓰기, 하루에 몇 문제씩 만들어 해결해 보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아마 최선의 왕도는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끊임없이 배우겠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류성림 대구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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