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남다른 것이 완벽한 것보다 더 낫다

우리의 목표는 무작정 계속해서 최적화하고 개선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남들과 다르고 구별 가능한 독특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적당히 좋은 것이 완벽한 것보다 더 낫다는 말이 만족자에게 유효하다면 남다른 것이 완벽한 것보다 더 낫다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클라우스 베를레의 '완벽주의의 함정' 중에서)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 있다.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이 학교를 세워 생기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토끼는 달리기는 잘하는데 수영은 못하고, 오리는 수영은 잘하는데 달리기는 못한다. 그런데 모두 달리기와 수영을 배워야 했다. 오리는 달리기 연습을 하다 물갈퀴가 찢어져 수영도 못하게 되었다. 이처럼 획일적 교육은 무작정 계속해서 최적화시킨다.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남다른 것이다.

풍경 하나. 가족사랑 토론 어울마당을 위한 마지막 리허설을 마친 날, 어떤 선생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아직 완벽하게 준비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 질문에 내가 한 대답은 이랬다. "조금 부족한 부분은 내일 진짜로 어울마당을 진행하면서 채우면 되잖아요."

그러자 더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 선생님들은 정말 묘해요. 이렇게 큰 행사를 기획하면서도 별로 걱정을 안 하는 것 같아요. 내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떡해요?" 내가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진행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그대로 보여주는 거지요. 문제를 드러내는 것도 의미가 있잖아요.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기계처럼 진행되면 그게 바로 문제지요. 괜찮을 겁니다." 다음날, 토론 어울마당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훌륭하게 진행되었다.

풍경 둘. 초등학교 선생님 몇 분과 수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와 관련된 대화였다. "이제는 선생님이 주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했으면 해요. 이런 분위기를 돕기 위해서라도 관련 연수를 하면 좋겠는데 5년 이하의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해요. 그 사람들이 바뀌면 수업이 바뀔 수 있잖아요."

그러자 어떤 선생님이 이렇게 의견을 말했다. "그래도 수업은 10년이 넘은 베테랑 교사, 또는 수업 1등급 교사, 수석교사들이 잘하잖아요. 이미 수업 전문가인 그들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젊은 선생님들이 따라올 겁니다." 내가 말했다. "왜 젊은 선생님들은 안 된다는 거지요?" "그 선생님들은 수업에 대해 잘 몰라요. 아직은 일반적인 수업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게 지금의 수업에 익숙해진 후 새로운 방식을 배워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가 반문했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바꾸고 싶겠어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식을 비롯해 선배 교사들에게 배워야 할 내용이 분명 많을 겁니다. 하지만 선배의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교육 방법, 특히 수업 방식은 익숙해지는 순간 변하기가 어려워요. 틀이 권위가 되면 틀에 박힌 수업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겠어요?"

과정과 틀이 완벽하면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시도는 대체로 미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최적화 과정이 교육의 전부는 결코 아니다. 교육부에서,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정책은 정책이 지닌 철학이나 기본 골격일 뿐이다. 거기에 살을 입히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학교와 교사, 학생들의 몫이다. 물론 거기에 학부모들의 역량이 첨가된다면 금상첨화다. 그릇을 깨뜨리지 않으면 기존의 그릇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 만족한다. 깨뜨리면 반드시 다시 제작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일상적인 삶이 불편할 테니까.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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