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5월 남태평양에서 벌어진 미국과 일본 간의 산호해 해전은 사상 최초의 항공모함 대 항공모함의 전투이다. 그전까지의 해전은 전함(戰艦)끼리 상대방을 보면서 함포를 쏘아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승리는 어느 쪽 전함이 더 크고 튼튼한가 그리고 어느 편이 더 멀리, 더 무거운 포탄을, 더 정확히 날려보낼 수 있느냐가 결정지었다. 이른바 '대함거포'(大艦巨砲)주의다.
여기에 종식을 고한 것이 1940년 11월 영국 해군이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21대의 뇌격기(雷擊機)로 이탈리아 해군의 모항인 타란토항을 공격한 '타란토 기습'이다. 이 전투에서 영국은 구식 복엽 뇌격기 2대를 잃는데 그쳤지만 이탈리아는 전함 3척 침몰, 순양함 2척 대파, 유류저장소 사용불능이라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 전술을 벤치마킹한 것이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다. 이후 해전의 중심 전력은 전함에서 항모(航母)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산호해해전, 일본 해군의 주력 항공모함 4척이 격침돼 태평양전쟁의 흐름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된 미드웨이 해전 등에서 항모는 해전 승리의 필수 요건임이 증명됐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야마토(大和)의 침몰이다. 배수량 7만 2천t으로 당시 세계 최대의 전함이었지만 1945년 4월 항모 없이 단독 출정했다가 미군 항공기 300여 대의 벌떼 공격으로 전투 개시 2시간 만에 허무하게 침몰했다.
이후 항모는 한 나라의 군사력을 측정하는 주요 기준의 하나가 됐다. 미국은 최강의 군사대국답게 현재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브라질 등도 각각 1, 2척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에서도 보유경쟁에 불이 붙어 이미 항모를 보유 중인 인도, 태국에 이어 중국과 일본도 올 들어 항모를 취역시켰다. 일본은 "헬기용 호위함"이라고 둘러대지만 언제든 정규 항공모함으로 운용 가능하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최윤희 합참의장이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항공모함 보유 검토"를 언급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원유나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서도 항모는 꼭 필요하다. 원유나 식량의 수송 항로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이를 지키려면 대양해군이 있어야 하고 대양해군은 항모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전투력을 갖출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