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서 등산객들의 도토리 채취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앞산과 같은 자연공원에서 도토리를 채취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앞산을 관리하는 대구시에서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손을 내젓고 있다.
아침마다 앞산자락길을 걷는다는 권모(56'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몇몇 등산객들이 도토리를 줍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등산객들이 가방과 호주머니 안에 도토리를 가득 채워 내려오는 것이었다. 권 씨는 "매일 아침 앞산에 온 등산객들이 자신들의 가방과 호주머니에 도토리를 꽉꽉 채워가는 것도 모자라 어떤 등산객은 비닐봉지를 들고 와 한가득 챙겨가는 것도 봤다"며 "너나 할 것 없이 도토리 씨가 마를 정도로 주워가면 겨울철 앞산에 사는 다람쥐와 같은 동물들은 굶어 죽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실제 15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공원을 내려오는 대부분의 등산객의 손과 호주머니에는 도토리가 들어 있었다. 참나무가 많은 숲 속에 들어가 봤더니 나무 아래 도토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떨어진 도토리 주변에는 도토리를 감싸던 겉껍질이 더 많이 널려 있었다. 겉껍질에 들어가 있던 그 많은 도토리는 모두 등산객들이 하나 둘씩 주워간 것이다. 숲에서 도토리를 줍던 등산객 이모(60'여'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등산 와서 그냥 걷기만 하니 지루한 차에 주변을 보니 도토리가 지천이었다"며 "오르내리며 하나 둘씩 주워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등산객 장모(70'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도 "등산로에 떨어진 것들을 하나 둘씩 줍다 보니 두 손에 가득 찬 것"이라며 "이 정도 줍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앞산과 팔공산 같은 자연공원에서는 불법이다. 도토리는 다람쥐와 같은 야생동물에게 가을철 가장 중요한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곤충들의 산란 장소로 생태계 구성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박영대 대구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도토리는 산속 야생동물의 먹이일 뿐만 아니라 떨어진 도토리는 씨앗으로서 숲의 또 다른 구성원이 된다"며 "도토리의 무단 채취는 숲에서 다양한 나이의 나무가 자라 숲이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토리를 함부로 주워가는 것은 자연파괴행위의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 앞산공원과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도 도토리 불법채취의 심각성을 알고 등산객들이 불법채취한 도토리를 수거해 다시 숲 속에 뿌리고 있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12, 13일 20명에 가까운 등산객이 앞산에서 도토리를 무단으로 줍다가 적발됐다는 것.
앞산공원관리사무소와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는 지속적으로 도토리 불법채취에 대해 단속과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손에 들고 있거나 호주머니에 보이는 부분들은 확인이 가능하지만 가방까지 열어 도토리 채취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일손이 모자란 탓이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하루 수십만 명이 찾는 앞산공원 등산객들의 가방을 일일이 다 열어서 확인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등산객들이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도록 등산로 입구와 길목마다 도토리 채취를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곳곳에 걸어두고 지속적으로 단속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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