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해저터널

터키는 지정학적으로 특이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경계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두 개의 바다인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잇는 수로이기도 하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모두를 가진 이스탄불은 터키 영토지만 해협의 중간 지점은 공해여서 국제 항로로 이용된다.

지난달 이스탄불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저 철도 터널이 개통돼 터키가 축제에 휩싸여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마르마라이 선이 뚫린 것이다. 마르마라이 선은 1.4㎞의 해저터널 구간을 포함해 터널 13.6㎞다. 전체 운행 구간은 77㎞에 이른다. 자동차 터널은 2015년 완공 예정이다. 이 선의 가장 깊은 곳은 해저 62m까지 내려간다.

터키인들은 이를 터키에서 끝난 실크로드를 유럽으로 확장하는 쾌거로 받아들인다. 이 터널이 처음 구상된 것은 1860년이다. 당시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압둘메시드가 제안했다. 기술과 자본 부족으로 세월만 보내다 2004년 일본이 1조 원을 투자하고 기술 제공을 하면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준공식에 아베 일 총리가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터키인들은 153년 만에 꿈을 이뤘다고 한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이 해저터널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은 1994년 길이 50.5㎞의 유로터널이 완공되면서 하나가 됐다. 이 터널은 1878년 영국과 프랑스 양쪽에서 동시에 뚫기 시작해 완공까지 116년이 걸렸다. 일본은 1988년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계 최장의 세이칸 해저터널을 완공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해저터널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한'일 해저터널도 거론되고 있다. 이 터널이 처음 제안된 것은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당시 일본은 '동아시아 종단 철도'를 구상하며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대마도를 거쳐 부산과 연결되는 해저터널 건설 방안을 내놨다. 이는 민간 차원이긴 하나 지금도 추진되고 있다. 한'중 해저터널은 한'일 터널보다 더 구체적이다. 한반도의 인천과 화성, 평택 중 한 곳을 중국의 웨이하이와 연결하는 안이 나와 있다. 어느 노선을 택하건 서울과 베이징은 고속열차로 네 시간 거리에 든다.

한국의 KTX와 중국의 고속철, 일본의 신칸센이 한'중'일 해저터널로 연결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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