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 그런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 그런 것이 나와는 다른 조선, 그 답이란 말이냐? 집현전이 방도란 말이야?" "그러하옵니다." "어떤 조선인가? 그 조선은." "권력의 독을 감추고 칼이 아닌 말로써 설득하고 모두의 진심을 얻어 모두를 품고(중략), 모두가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그런 조선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릴 것이옵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대사 중에서)
파도만을 보면서 추진하는 정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교실 수업의 개선을 위해 마련한 교과교실제의 성공적인 정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난 이유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외부적인 교실 환경이라도 먼저 개선하면 수업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준별 이동수업이든, 블록 타임수업이든, 융합형 수업이든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난 것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자율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비전보다는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대학입시에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방향으로 굴절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 정부 들어 일반고 역량 제고라는 다른 정책을 만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정책의 이면에 드러난 일반고 소외 현상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파도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바람에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바람은 소프트웨어에 존재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그 자체를 지칭합니다. 최근 배움을 위한 수업 공동체를 내걸고 수업 현장의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교과교실제나 자율학교 정책이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노력과 함께 진행되었다면 변화와 발전의 폭은 훨씬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람을 보지 못한다면 여기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든 수업을 그런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최적화의 욕망, 그리고 수업하는 교실의 학생 배열 같은 겉모습에 신경을 쓰면 그것조차도 실패하는 정책으로 남을 소지가 큽니다.
교사와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기본으로 하여 정책이 지닌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걸려도 교육 주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설득해나가는 과정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 이방원(태종)과 이도(세종)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칼이 아닌 말로써 설득하고 모두의 진심을 얻어 모두를 품고' '모두가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그런 마음으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것이 세계에서 가장 쉽고도 아름다운 문자인 한글입니다.
현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은 자유학기제나 행복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수치나 결과, 미래의 비전도 역시 파도가 만든 풍경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을 이해하면서 거기에 걸맞은 정책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결국 답은 역시 학교 현장에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한 자유학기제는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물적 토대를 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협조를 위한 합의도 필요합니다. 나아가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다양한 수업방식의 개발과 활용,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중학교 한 학기의 일회적인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09 개정 교육과정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하여 고등학교까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행복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러나는 구호보다는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풍경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달라진 풍경 속에서 학생들의 꿈과 끼가 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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