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수필-편지

나희봉(대구 달성군 화원읍)

가을 이른 아침 초입에 눈을 떠보니 차분하게 유혹의 빗소리가 무언가 나를 일깨우는 감동으로 견인하네.

감정보다 더 센 것이 없나 보다. 명분과 논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지만 감정은 나를 움직이는 현실적 실천인가 보다. 10월 중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무르익은 가을 향수가 저만큼 조망권에서 풍겨온다. 천고마비 계절을 잉태한 가을. 코스모스 흐드러져 집성을 이룬 들녘의 신작로 길섶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무더위도 이젠 님의 가을에 떠밀려 들국화 만발한 가을 동산에는 고추잠자리 창공을 날며 정겨운 꽃들의 유혹에 사로잡혀 미소짓는다. 생동감 넘치는 추남의 계절. 오곡 백화가 만발하고 보기만 해도 풍성한 결실에 이렇게 설레는 감정을 주지만 사랑한다는 그 말은 지금껏 인색하게 표현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다. 높고 맑은 가을의 월색은 잊고 살아왔던 추억들을 등 떠밀며 생각하게 한다. 40년을 맞은 결혼은 만추를 만끽하며 행복한 결혼이기에 가을은 더욱 의미 있는 계절로 생각하게 한다. 보다 멋진 힐링으로 의미 있는 삶의 행복과 건강이 있기를 우리 부부는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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