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출중한 박은선 선수 생매장시키는 성별 논란

서울시청 여자 축구팀 소속 박은선 선수에 대해 다른 6개 팀 감독들이 성 정체성을 문제 삼아 거센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개 팀 감독들은 박 선수가 소속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자 한국여자축구연맹에 내년 실업리그 출전 거부까지 거론하며 박 선수의 성별 검사를 요구했다. 오로지 성적에만 매몰돼 한 선수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6개 팀 감독들은 박 선수가 지난해 활약하면서 소속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에는 가만있다가 올해에 성 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 성적 부진의 원인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시켰고 인권 보호에 박약한 정신세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들 중 일부는 성별 검사를 요구하는 정식 문서를 연맹에 보내놓고도 파문이 확산되자 사석에서 한 농담이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박 선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성별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런 마당에 또다시 성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녀를 두 번 죽이는 격이다. 성별 검사 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대처하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과거에 성별 문제를 우려해 박 선수를 국가대표팀에서 제외한 적도 있어 선수 보호를 외면한 잘못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체격이 크다고 해서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것은 야만적 폭력과도 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고 한 감독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사태는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인권 보호에 취약한 현실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트위터를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낀다고 토로한 박 선수의 눈물을 사회가 닦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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