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를 하든 당하든 검찰청에 가려면 적잖이 긴장된다. 불만이나 민원이 있어도 어디에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이 경우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검찰 시민 옴부즈맨'을 찾는 것이다. 검찰을 찾는 민원인들로부터 수사나 사건 및 민원 처리 등 검찰 업무와 관련된 불만을 듣고 상담하고, 검사 등 검찰 담당자를 상대로 사실 확인 또는 민원인과의 상담을 주선하기도 하는 일종의 감찰관이다. 일정 범위 내에서 관련 기록도 열람하고 검사장 등 간부 면담, 검찰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 제시 및 이의 제기, 시정 요구 등을 하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검찰 직원은 아니다. '시민'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의 명망가 중에서 위촉한다. 그래서 더욱 객관적으로 지적하고,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다. 검찰 시민 옴부즈맨은 2003년 시민 참여를 통해 검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고, 대구지방검찰청도 2004년 1기 옴부즈맨을 위촉했다.
◆검찰 시민 옴부즈맨, '제2의 인생'
현재 대구지검의 시민 옴부즈맨 '터줏대감'은 김규대(73) 씨다. 2005년 9월 대구지검 2기 시민 옴부즈맨으로 위촉된 뒤 지금까지 9년째 활동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옴부즈맨이다.
10년간의 교장 생활을 끝으로 지난 2002년 정년퇴직한 김규대 옴부즈맨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다가 검찰 시민 옴부즈맨 1명을 모집한다는 걸 알고, 신청했다가 뽑혔다. 그리고 1년 임기의 옴부즈맨에 매년 재위촉되면서 벌써 9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는 "위촉되고 난 뒤 경쟁률이 15대 1이라는 걸 알았다. 소외계층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옴부즈맨실을 찾는 민원인 중에는 노약자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나 서민이 많다. 이들은 법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출석 요구를 하면 겁부터 먹거나 선입견으로 검사가 무서워 떨고 대화 자체를 기피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김 옴부즈맨은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주고, 검찰 업무에 대해 설명하며 검사 면담을 주선해 주기도 한다. 그가 지금까지 면담 및 상담한 건수는 1천900여 건이나 되는데, 인터넷 상담도 200여 건 돼 모두 합하면 2천 건이 훌쩍 넘는다.
◆"검찰 찾는 힘 없는 서민들의 '벗' 되길 소망"
검찰 옴부즈맨 봉사를 하면서 상담을 위한 법률 공부도 쉬지 않는다. 소비자상담 봉사를 하면서 쌓은 법률 상식 덕분에 검찰 시민 옴부즈맨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도 생활 법률 등을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이고 왕성한 활동과 노력으로 검찰 시민 옴부즈맨 대상, 검찰총장, 검사장 등 검찰에서 표창장을 4개나 받았고, 대구지검 형사조정위원, 청렴 대구검찰 기획팀 외부 위원,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등 다양한 검찰 관련 활동도 했거나 하고 있다.
그는 '검찰 시민 옴부즈맨은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검찰 입장에선 민간인을 통해 서민에게 도움을 주고 검찰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민간인 역시 시간, 비용 등의 부담 없이 상담 및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옴부즈맨은 "상담을 해 보면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거나 자기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숨기는 경우도 많고, 솔직히 도와주려고 했다가 속은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그들 대부분 마지막에 기분 좋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 너무 보람돼 검찰에서 '그만둬라'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시민 옴부즈맨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지검에는 김규대 옴부즈맨과 함께 백지흠(74)'김춘덕(57) 씨 등 3명이 옴부즈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대구지검 신관 민원실 옆 2102호실에서 민원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키워드
시민 옴부즈맨(ombudsman)=스웨덴어로 '대리자', '대표자'란 뜻으로 행정기관의 업무와 관련한 민원인 혹은 관련자의 불만을 직접 듣고, 이와 관련된 의견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개선 방안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행정 감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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