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한과 일대일 전쟁

2차 대전 때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결행한 배경에는 일본 군부의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국력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이었다. 당시 일본이 자체 분석한 양국의 생산력 차이는 강철 20대 1, 석유 100대 1, 석탄 10대 1, 항공기 5대 1, 선박 2대 1, 노동력 5대 1, 전체 10대 1이었다. 그런데도 군부는 필승을 자신했다. 이런 현실 감각 상실은 1941년 9월 5일 히로히토와 참모총장 스기야마 하지메(衫山元) 사이의 대화를 보면 잘 드러난다.

"미국과 전쟁을 하면 어느 정도 기간 안에 정리할 수 있는가?"(히로히토) "남쪽 방면만 한다면 3개월 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스기야마), "지나사변(중일전쟁) 때 1개월 정도면 정리할 수 있다고 했는데 4년이 됐는데도 아직 정리가 안 됐다."(히로히토) "중국은 광대해 작전상의 어려움이 많아서…."(스기야마), "중국 땅이 거대하다면 태평양은 훨씬 더 거대하지 않은가?"(히로히토) "…."(스기야마) 이런 의문에도 히로히토는 결국 개전 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미국과의 전쟁에 회의적인 군인도 있었다. 진주만 기습을 지휘한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가 대표적이다. 그는 처음에 아무리 대단한 승리를 거두더라도 일본이 영국과 미국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를 바랄 수는 없다고 했다. 스기야마와 같은 강경파로 대미 개전을 주도한 나가노 오사미(永野修身) 군령부 총장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히로히토에게 이렇게 말했다. "6개월이나 1년 동안은 미친 듯이 싸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 3년 동안 그럴 수 있다고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이는 개전(開戰)에 앞서 일본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해 일본 군부가 통일된 분석과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국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다는 생각과 장기전으로 가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어지러이 교차했다. 군부 지도자들이 이랬으니 일본 국민이 일본의 진짜 실력을 알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었다.

북한과 일대일로 싸우면 어떻게 될지를 놓고 군에서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남북이 일대일로 싸우면 (남한이) 진다"고 했으나 김관진 국방장관은 7일 "북한은 멸망하게 된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는가.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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