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가격표시제가 업소들의 꼼수에 오히려 소비자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올 1월부터 소비자 이용 빈도가 높은 이'미용업소(66㎡ 이상)와 음식점(150㎡ 이상)을 대상으로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했다. 해당 업소는 옥외가격표시제에 따라 주요 출입구 등에 최종 지불가격을 표기한 옥외광고물을 게시해야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6천여 개 이'미용업소와 3천여 개 음식점이 옥외가격표시제 해당 업소로, 옥외게시물을 외부에 게시하지 않은 업소는 없다.
하지만 13일 기자가 찾아간 이'미용업소와 음식점에서 합리적인 가격 선택을 하기란 어려웠다. 옥외가격표시제가 너무 모호하기 때문이다. 관계 규정에 따르면 게시물에 쓰일 내용은 주요 서비스 품목 5개(이발소는 3개) 이상이 전부다. 게시물의 부착 위치에 대한 정확한 규정도 없다. 이처럼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꼼수를 부리는 업소들이 적지 않았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기본 메뉴만 20가지가 넘지만 게시 품목은 5가지뿐이다 보니 사실상 가격 비교가 어려웠다. 이'미용업소는 더욱 심각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미용업소 옥외게시물에 쓰인 파마 가격은 5만원. 하지만 종업원은 "5만원은 최저가격일 뿐이다. 상담을 받아야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있다"며 "모발 상태 등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미용업소도 마찬가지. 모발 길이와 상태, 사용제품, 서비스 제공자, 헤어 디자인, 성별, 나이 등에 따라 같은 파마라도 가격이 많게는 5배까지 차이가 났다. 장문정(25'여'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머리 길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가격 범위를 써놨는데 어떤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지 모르겠다"며 "저렴한 가격을 보고 들어간 미용실에서 결국 가장 비싼 비용을 내고 머리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옥외가격표시제가 본래 의도와 달리 최저가격으로 소비자를 끌기위한 홍보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속에 나선 공무원 사이에서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 한 구청 공무원은 "해당 업소를 찾아가 좀 더 구체적으로 가격을 게시해달라고 권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며 "현재의 옥외가격표시제는 업소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아 사실상 효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대구시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가격 표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게시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지도 및 점검으로 옥외가격표시제가 본래 취지대로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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