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의 학력은 초등학교 1년 정도이지만, 독학으로 28세 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링컨은 1858년 49세 때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두 번째 도전하여 패배하지만, 민주당 거물정치인 스티븐 A. 더글러스와 벌인 노예제도 논쟁에서 인상적인 연설과 확고한 신념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2년 후 링컨은 극적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다. 링컨은 시골뜨기 변호사였지만,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윌리엄 H. 슈어드 등 쟁쟁한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다. 링컨은 민주당 후보 더글러스를 이기고 당선이 된다.
링컨은 선거에서 여러 번 실패했지만, 그것을 경험으로 삼아 끊임없이 도전했고, 연방제'노예제에 관한 확고한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과 함께 감동의 선거 역사를 쓴 것이다.
내년 6월 4일에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2년 6개월 후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과연 우리 대구경북지역에서 소수파의 과감한 도전과 극적인 승리의 순간을 본 적이 있는가? 실패를 경험해 본 우리 지역의 인물이 과감하게 도전하고, 우리들이 그에게 극적으로 기회를 주는 반전의 선거역사를 쓴 적이 있는가? 실패와 좌절을 맛보지 않은 정치인은 배울 수 없고, 크게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대구경북인들은 실제 지역의 인물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벌이나 경력은 떨어지지만 평소 지역의 현안을 가슴 깊이 새기고 고뇌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소신 있게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우리들이 한 번 선택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역민들이 수십 년간 선택해 준 결과 화려한 지위를 누렸던 정치인이 우리들의 문제에는 눈감고, 권력의 눈치나 보다가 홀연히 지역을 떠났을 때 우리는 얼마나 실망했는가?
사기(史記)의 낭중지추(囊中之錐'재능있는 사람은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 고사처럼, 송곳을 주머니 안에 넣지 않으면 송곳은 주머니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지역의 다양한 인물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고, 인물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터인데, 우리들은 화려한 인물만을 선호하는 도식적인 선택의 패턴으로 지역 인물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을 목격했다.
대구경북의 각종 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은 당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공천권은 막강한 권력이므로, 민주주의적인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공천권은 지역의 인재들을 등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파리스의 판결 이야기가 나온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은 불화의 여신이 던져준 황금사과를 보고 서로 자신이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유혹에 빠져 그의 손을 들어주지만, 그로 인하여 트로이는 스파르타와 10년간의 전쟁을 겪게 되고, 자신은 죽고 트로이도 멸망한다. 모두 파리스의 잘못된 결정 탓이다.
공천권력은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달콤한 것이지만, 그것을 잘못 행사하면 그 결정권자도 파멸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민심을 얻지 못한 공천 현장을 목격한 국민들은 지금 국회의원의 공천관여권(?)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당의 공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국민들이 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지역 국회의원의 결단으로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후 여론을 반영하여 객관적으로 추천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 그 결과 지역정치계는 화합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내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소신 있는 도전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공천과 관계없이 지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인의식을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지방자치제도가 연속되는 한 선거를 통한 새로운 인물의 발견, 그리고 아름다운 패배자의 새로운 도전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할 것이다. 내년 선거에서 화려한 학벌. 경력이 아니라 우리 지역을 철저히 공부했는가, 우리와 운명을 함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김용대/변호사·한국자유총연맹 김천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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