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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로 도배된 김광석 거리…'가객 사랑' 표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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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백 명 찾는 대구 명소, 어느새 담벼락마다 얼룩덜룩

대구의 관광명소
대구의 관광명소 '김광석길'의 벽화가 방문객들의 낙서로 뒤덮여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의 관광명소 '김광석길'이 실종된 시민의식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소홀로 흉물이 되고 있다. 고(故) 김광석을 테마로 꾸며진 담장이 방문객들의 낙서로 얼룩져 가고 있지만 관리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대구 중구청은 지난 2010년 '방천시장 문정성시 사업'의 하나로 사업비 4천400여만원을 들여 방천시장 골목길에 김광석길을 조성했다. 350m 길이의 벽면을 따라 김광석의 모습을 그리고 그의 노랫말을 적었다. 골목 귀퉁이에 스피커를 설치해 거리에 그의 대표곡들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매년 가을이 되면 골목길 일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대회'를 열어 김광석을 추모하는 거리 악사들을 불러모았다. '가객'(歌客) 김광석의 고향이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이라는 점을 활용해 방천시장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이러한 노력들이 이어져 한산했던 골목길은 주말에만 1천여 명이 다녀가는 대구의 관광거점이 됐다. 최근에는 '우리 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9일 찾은 김광석길은 정작 관리소홀로 훼손돼 있어 방문객은 물론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벽면 한가득 그려진 김광석 벽화는 방문객들이 쓴 욕설, 그림 등 온갖 낙서로 뒤덮여 있었다. 누군가가 덧칠한 그림으로 원본 벽화가 심하게 망가진 곳도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김광석길을 찾은 방문객들은 낙서가 없는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야 했다. 김천에서 온 박세은(23'여) 씨는 "김광석길을 보려고 한껏 기대를 하고 대구를 찾았는데 상당수 벽화가 낙서로 더럽혀져 있어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75'여) 씨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에도 막무가내로 낙서를 하니까 거리가 예뻐졌다기보다는 더 지저분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벽화를 관리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낙서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의 참여 공간을 위해 마련한 벽면은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과 떨어져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벽화마을의 원조로 알려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이 2년마다 벽화 전체를 바꿔가며 벽화를 유지'관리하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동길(26'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공공장소에 아무렇지 않게 낙서를 하는 몰지각한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힘들게 만든 아름다운 벽화를 유지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배영미(26'여) 씨는 "벽화의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낙서는 거리의 운치를 더한다"며 "벽화와 낙서가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벽화 사이사이에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내년부터 훼손이 심하게 된 벽면을 중심으로 벽화 거리를 부분 보수할 계획이다"며 "김광석 벽화거리가 대구의 명물로 남기 위해서는 방문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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