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때 포로수용소에서 담배는 화폐로 쓰였다. 포로수용소에서 담배는 매우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도 자기 물건을 담배와 바꾸려했다. 그러면 담배는 화폐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옥 바깥에서 담배를 화폐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교환의 매개체'는 화폐의 기능 중 하나이지만 본질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화폐를 화폐이게 하는 '화폐성'은 무엇일까. 케인스에 따르면 그것은 '계산단위' 즉 계산화폐다. 어떤 물건의 가치에 대한 개인들의 주관적 판단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태에서 안정적인 거래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개인의 주관적 선호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가치기준으로 수렴시키는 계산단위가 필요하다. 화폐 가치를 금에 고정시킨 금본위제가 대표적이지만 금과 연결이 끊어진 현대의 불환지폐 역시 계산단위로 기능한다.
그러면 이런 계산단위는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게오르크 크나프 등 독일 국정화폐론자들의 주장이다. 즉 원시시대의 조개껍데기부터 금까지 여러 물건이 교환의 매개체로 이용될 수 있지만 어떤 것을 지불수단으로 인정하느냐는 오직 국가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환지폐는 그 자체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것이 거래수단이자 가치 저장수단이 되는 것은 바로 국가가 지불수단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가 세금으로 이 가치없는 종이쪼가리를 받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국가가 인정한 지불수단과 계산화폐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가가 정한 계산단위로 가치를 표시한 신용증서(예를 들어 은행의 자기앞 수표)나 어음이 '화폐'로 사용되는 것은 그 명백한 증거다.
이같은 점에 비춰볼 때 새로운 가상화폐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Bitcoin)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 우선 그 자체로 계산단위가 아니다. 그 가치가 달러 등 기존 화폐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그 자체로 가치를 저장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나 중앙은행이 그 가치를 뒷받침하지도 않는다. 비트코인이 화폐처럼 통용되는 유일한 근거는 그렇게 사용하겠다는 사람끼리의 약속뿐이다.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비트코인을 받았던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가 비트코인 결제를 금지하자 가격이 폭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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