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부모의 분노 조절

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절반 이상이 화가 나서 자녀를 세게 때린 적이 있고, 부모의 3분의 2는 1주일에 평균 5번 정도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고 한다. 부모가 화가 나서 자녀에게 내뱉은 모욕적인 말이나 공격적인 행동은 그 자녀의 기억에 남아서 자아상을 왜곡시키고, 겁에 질리게 한다. 부모의 분노를 자주 겪게 되면 그 분노가 자녀의 정서, 행동, 학업, 공감능력, 그리고 대인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녀에 대한 분노를 미리 피하는 방법은 자녀의 말을 경청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재미있는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너는 소중하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다"는 말을 하는 셈이 된다. 자녀의 말을 경청하면 보다 정확하게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자녀의 말이 불분명할 경우, 그가 한 말을 반복한 후, 바르게 이해했는지 물어보라. 잘못 들었거나 놓친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라. 아이들은 자신의 심정이 이해되었다고 생각하면 저항이나 공격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퇴근 후, 피곤할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스케줄에 쫓기고 있을 때, 다른 일로 화가 나 있을 때를 조심하라. 이때 자녀에게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무엇을 기대하는지 미리 알려주라. 예컨대 "지금부터 반 시간쯤 조용히 쉬고 싶구나, 성가시게 하지 마라"고 말하라. 그리고 바로 그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는 무언가를 하라. 그렇지 않으면 자녀가 그 부모의 애꿎은 화풀이 대상이 되기 쉽다.

부모를 화나게 하는 것은 자녀의 비행, 반항, 부주의 등이라기보다 그 행동에 대한 부모의 왜곡된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촉발사고는 자녀의 행동이 의도적이라고 추측하거나(너는 나에게 반항하고 있다), 상황을 과장하거나(너는 내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딱지를 붙이는(고집불통, 배은망덕) 것을 말한다. 분노를 조절하려면 촉발사고를 대처사고로 빨리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대처사고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녀의 발달단계와 기질을 고려하며, 필요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저 애는 관심을 끌려고 할 뿐이야, 그 나이에는 그럴 수 있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화가 날 때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자기 표현적 대화를 해보자. 과거 일을 들추지 말고 당면문제에 대해서만 "나는 ~때문에 ~를 느낀다"는 형식으로 문제행동에 대한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라. 그리고 지금 혹은 앞으로 해주기를 바라는 것에 대한 기대를 구체적으로 말하라. 예컨대 "네가 하는 컴퓨터 게임 소리에 엄마 두통이 심해져 짜증 난다. 게임기를 끄든지 소리를 줄여 놓고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보라.

부모가 실제로 매우 화가 났을 때는 자녀를 자기 방으로 들어가게 하거나 부모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거나, 찬물을 마시거나, 위안이 되는 자기 대화로 대체하라. 혹은 음악을 듣거나 그 자리를 피해 유산소 운동을 해보라. 우선 분노를 통제하려고 노력하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자녀는 부모가 분노를 조절하고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대하기를 기대한다. 가장 소중한 자녀와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 그의 부정적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분노조절 노력과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가 요구된다.

홍기칠(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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