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엑스포 국고 중단

"7회 넘는 국제행사 제외" 정부 지원 일몰제 도입. 실크로드 박람회

15년간 이어온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대폭 축소되거나 성격이 바뀔 위기에 처했다.

기획재정부가 7회 이상 열리는 국제행사에 대한 국고 지원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면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주엑스포 전체 행사 비용 중 국비 지원 규모가 2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행사 자체가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0억원 이상 국고지원을 요청하는 국제행사의 경우 7회 이상 국비를 지원받은 행사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국제행사 일몰제도'를 도입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1998년부터 2, 3년 간격으로 7차례 열린 점을 감안하면 당장 2015년부터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한 국비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상북도와 경주엑스조직위원회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2014년에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의 답방 형식인 '이스탄불 in 경주'가 열릴 예정이다. 문화 공연과 전시, 체험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행사 규모가 크지 않고 국내 행사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그러나 2015년에는 국제 규모로 행사를 치를 예정이어서 당장 예산 마련과 관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주엑스포는 국비 의존도가 높은 행사다. 올해 열린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전체 예산 160억원 가운데 48억원을 국비로 충당했고, 2011년에도 행사 예산 200억원 가운데 20%인 40억원이 국비였다. 경주엑스포가 처음 열렸던 1998년에는 전체 예산 934억원 가운데 120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았고, 2000년에는 100억원, 2003년 60억원이 지원됐다.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열린 세계문화엑스포에 국비 20억원, 2007년에도 20억원이 지원됐다.

국비 지원이 막히자 경북도는 경주엑스포와 다른 성격의 국제행사로 피해간다는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현재 추진 중인 해상 실크로드를 주제로 박람회를 열겠다는 것. 해양 실크로드는 과거 바닷길로 오가던 실크로드를 재조명하는 작업이다. 내년 10월 3일부터 2015년 1월 1일까지 해양 실크로드 탐험대를 파견, 경주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오만, 이란 등을 바닷길로 이동한 뒤 터키 이스탄불까지 육로로 이동할 계획이다. 해양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도시들과 교류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문화를 전파하며 해양 실크로드의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역사적 재조명 작업을 벌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교육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중앙부처와 협력해 국제행사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연히 세계문화엑스포와는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주엑스포조직위 관계자는 "일몰제도로 인해 엑스포 국제행사가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내와 국제행사를 병행한 상시 개장 규모를 늘리는 등 시스템을 변화하고 볼거리 체험거리를 늘려 자생력을 높여가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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