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 정부는 자동차용 이동전화(카폰)와 무선호출기(삐삐) 신규 가입자에 대해 이동통신 채권 및 특별소비세 기술개발부담금 등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웬만한 초등학생도 가진 휴대전화지만, 당시 카폰과 삐삐는 아주 비싼 사치 품목이었다.
무선호출기는 원래 이름인 페이저(pager)보다는 울리는 소리를 딴 비퍼(beeper), 우리나라에서는 삐삐라고 더 많이 불렸다. 1982년부터 상용화가 됐지만, 80년대 중반까지도 삐삐는 아주 비싼 기기였다.
필자가 처음 삐삐를 만난 것은 갓 신문사에 입사한 87년 중반이었다. 5공 말기였던 당시는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 선언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 선언으로 시국이 시끄러워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수습기자로 일요일에 계명대(현재의 대명동 캠퍼스) 시위 취재를 지시받고 임시로 시경 캡의 삐삐를 넘겨받았다. 그때 신문사 편집국에는 편집국장을 비롯해 사회부장과 편집부장, 경찰 출입 기자의 우두머리인 시경 캡 등 사건과 관련한 주요 라인만 삐삐가 있었다.
대학생 틈에 끼여 상황을 체크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갑자기 삐삐가 울렸다. 주변 학생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봐 급하게 현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삐삐를 갖고 대학 시위 현장에 있었던 일반인은 대개 사복형사거나 안기부 등 기관 요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 삐삐는 대중화가 돼 1997년에는 가입자가 1천500만 명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2만 5천여 명 정도다.
최근 미국 타임지는 한때 혁명이나 꿈의 기술로 불렸지만, 더 나은 기술의 발달로 5년 내 사라질 정보기술(IT)을 선정했다. 국내도 사양길인 거치형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전화선을 이용한 유선 인터넷, 보급형 콤팩트 카메라 등이다.
또 고용량 저장 매체인 DVD와 블루레이 재생기도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나 스마트 TV의 출현으로 더 이상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새로운 기기가 나타날 때마다 두려운 것은 기술 발달 속도의 빠름에 적응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미래의 변화상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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