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조 가수 개런티의 10∼20% 수준

요즘 점점 가격 떨어져 "무대만은 진짜랍니다"

모창 가수들은 대부분 대구경북지역의 밤 무대나 경로잔치, 지역축제 등이 주 무대다. 간혹 대학 축제 때 오프닝 무대를 꾸미는 경우도 있다. 이미테이션 가수의 경우 멀리서 보면 장'노년층 관객들이 원조 가수와 구별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사 주최 측에서 원조가수 개런티의 10~20% 수준인 50~150만원 선에서 출연료를 주고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활동 환경은 척박한 편이다. 현칠 씨는 "최근 행사 주최 측에서 자꾸 출연료 단가 자체를 낮추려고 하는 데다 일부 가수들은 한 명 섭외할 출연료로 두세 명을 끼워 무대에 세우는 바람에 출연료만으로 먹고살기 점점 힘들다"며 "요즘 어려워진 경기를 몸소 느낀다"고 말했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다가도 힘이 빠질 때가 있다. 자신들이 등장했을 때 '가짜'라며 등을 돌리는 관객을 볼 때이다. 적어도 자신이 무대에 오를 때는 '진짜 무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동 씨는 한 대학 축제 때 자신이 등장하자마자 관객이 반 이상 빠져나간 일이 있었다. 신 씨는 "허각의 '언제나'를 무대 뒤에서 1절 다 부르고 등장했는데 1절 부를 때 밀물처럼 몰려들었던 관객이 내가 등장하니 절반 이상이 등을 돌리며 빠져나갔다"며 "노래를 부르다 그렇게 힘이 빠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칠 씨는 "관객들이 '가짜지만 진짜보다 낫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들과 같은 '닮은꼴 가수'의 설 자리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이미지 씨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실제 만날 수 없는 슈퍼스타들을 대신해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만족감을 드리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와 같은 이미테이션 가수, 모창 가수들 또한 또 하나의 문화 생산자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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