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1절을 앞두고 한 외국인의 옛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1919년부터 3년여 동안 한국과 중국에 머물렀던 미국인 사업가 로버트 워드 씨가 주인공이다. 기사에 주목한 것은 일제 강점기 한국에서 저질러졌던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1922년 3월 5일 자 워싱턴 타임스 4면 머릿기사의 제목은 이렇다."총과 칼로 한국을 노예상태로 몰고 간 일본이 98명의 여성을 대량학살했다." 이 기사는 1920년 일본군이 독립군 토벌을 위해 한국인 마을들을 습격, 3천600여 명을 학살한 간도 참변의 현장을 언급하고 있다. 당시 한 마을에선 한국인 336명이 처형됐다. 이들 중에는 남편과 아들의 행방을 끝까지 말하지 않은 98명의 여성이 포함돼 있었다. 워드 씨는 이 사건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중립국인 벨기에를 침공해 대량학살을 자행했던 사건에 견주고 있다. 일본군이 그들의 야욕을 위해 부녀자 학살까지 서슴지 않았음을 고발하고 있다.
워드 씨의 고발은 세세하게 이어진다. 어느 곳에서든 14, 15세 어린 소녀들에게 총검이 겨눠진 상황을 보기 어렵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소녀들은 일본인 관료들 앞에서 발가벗져진 채 고문이나 굶김을 당하거나 서로 손가락이 묶인 상태에서 끌려가기도 했다고 전하고 있다. 일제가 3'1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저질렀던 1919년 수원 제암리 집단 학살사건은 별도의 기사로 전하고 있다. 워드 씨는 한 남성이 집에서 끌려나와 처형을 당했으나 숨지지 않고 괴로워하자 일본군들이 돌아와 남성을 산채로 생매장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사진도 찍었다.
워드 씨는 기사 서두에서 모든 기사 내용이 목격담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애국지사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잔혹함을 고발하고 미국에 대해 일본의 침략전쟁이 머지않았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워드 씨의 후손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기사엔 일제 만행 현장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 있다. 작은 지면상 못 다룬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못다 실은 사진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일제 만행의 증거를 찾고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주문한다. 일본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안부 강제 동원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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