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시장 선거가 아쉽게 흘러가고 있다. 15일 새누리당 공천 신청 마감을 앞두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3선의 서상기(69'대구 북을) 의원이 불출마 입장에서 돌변하여 '당심'을 앞세우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심은 확인되지 않고, 다른 새누리당 대구시장 출마자 7명은 약간의 엄살을 더해 멘붕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대구 지역 12명 국회의원 대부분은 3선의 서상기 의원을 전략적으로 밀지 않았다고 발을 빼고 있다. 자칫,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 약속도 지키지 못해 면목이 없는데, 주민들이 원하는 상향식 공천으로 대구시장을 뽑겠다던 약속조차 뒤집었다는 원망을 듣기 싫은 것이다.
이미 두 번의 대구시장 도전에 실패한 서상기 의원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서상기 의원을 당에서 공식적으로 차출한 적이 없다는 문자를 날렸다. 서상기의 원군이 아님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다. 대구의 다른 국회의원들도 하나같이 서 의원을 민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야말로 서상기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 선언은 노이즈 마케팅을 넘어 '스캔들'로 수직 낙하하는 분위기다.
비교적 대구시장 선거 판세를 관망하던 대구 유권자들조차 '너들 맘대로 해봐라'는 식으로 편치 못한 마음을 숨기나 하면, 선거날 놀러가거나 야당 후보 찍어야겠다는 소리도 여기저기 들린다. 8명이나 되어서 죽음의 조로 불릴 정도로 출마자 과잉 현상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서 찍을 후보자가 없다는 응답이 17일 현재 40%에 육박하고 있는 사실은 착잡한 지역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출마 선포가 서상기 의원에 대해서 유독 악감정 내지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가 중량감을 지닌 3선 현역 의원이자 국회 정보위원장이라는 직위 때문이 아니다. 만약 서 의원이 진작부터 다른 출마자들과 정정당당한 경쟁을 벌였고, 출마 의사를 정직하게 드러냈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막판에 당심을 내세우며 출마를 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단순하게 '대구시장에 모든 것을 걸고 싶었다'고 남자답게 말하는 것보다 손해였다.
정치판에서는 아내도 모르는 결정이 밤새 내려진다고들 하지만, 서상기 의원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누리당 후보가 열세인 서울'부산에 이어 대구마저 고만고만한 후보를 내세웠다가 3선의 인지도 높은 야당 후보에게 밀리는 일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를 막판 출마에 나서도록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시장 즉 지지율이 요동쳐야 한다. 서 의원이 대구시장 적임자라면 출마 선언을 기다려온 대구시민의 지지가 여론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시장은 냉랭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벌써 두어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승부의 능선'이라고 할 20% 황금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서 의원조차 지지율 15%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려 5명이 5%p 차이로 오밀조밀 몰려 있다. 단지 2, 3명 후보만이 절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선거 초반부터 야당 후보를 확실히 제압할 후보가 필요하다"는 서 의원의 적임자론을 시장이 믿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절대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 대구시장의 새누리당 후보는 한마디로 '하향 평준화'다. 현직이어서 사표를 던지지 않고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는 특혜를 누리는 서상기'조원진 두 의원이 변변찮은 지지율에 그칠 경우 차기 총선도 위험하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권영진 전 의원이나, 구청장 자리를 내던지고 대구 시정을 이끌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재만 전 대구동구청장이나, 만만찮은 정치 이력으로 대구를 이끌어보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주성영 전 의원도 아직 마의 20% 지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새누리당은 죽음의 조로 편성된 8명의 대구시장 후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포부로 무너진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살리며, 어떤 비전으로 대구 경제를 살려나갈지 대구시민이 잘 알아보도록 하는 언론토론회 자리 등을 자주 마련해 줘야 한다. 4월 19일 대구시장 새누리당 후보 경선의 날 이전까지 이들 후보들이 대구시민에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가서도록 다리를 놓아주느냐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을 기다리고 있는 야당 후보와의 전투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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