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대 글로벌 인재학부 폐지 합당하지 않다

경북대 글로벌 인재학부가 폐지 수순에 들어가면서 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글로벌 인재학부를 둘러싸고 거듭 벌어지고 있는 존폐 논란은 교육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가 말 잔치일 뿐이라는 것과 정부 지원만을 염두에 둔 대학의 탁상행정이 지방대 위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와 대학의 말을 믿고 지방대학에 지원했던 우수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쓰게 생겼다.

경북대는 2010년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고 국제적 엘리트를 육성한다며 글로벌 인재학부를 신설했다. 4년간 등록금 전액 면제, 기숙사 제공, 해외 우수대학 어학연수 기회 제공 등 파격적인 장학 혜택을 제시하는 대신 수능 평균 1.5등급 이상이란 조건을 내걸었다. 장학 혜택과 까다로운 수능 조건으로 이 학부는 경북대의 간판 학부로 올라섰지만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모집 첫해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해마다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는 상위권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와 신설 학부로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글로벌 인재학부가 제대로 싹도 피워 보지 못하고 존폐의 기로에 선 것은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 교육부의 일방적 구조조정 정책 탓이 크다. 이 학부는 이미 2012년 경북대가 교육부 재정지원 대상 대학에서 탈락했을 때 일차적으로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학교 측이 장학혜택을 위한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느낀 것이다. 이후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섰으나 지난해 8명밖에 뽑지 못했다. 교육부가 다시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을 연계하기로 하면서 이 학부는 사실상 폐지를 강요당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학부는 여러 점에서 지방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권으로의 인재유출을 막겠다며 신설한 학부가 수도권 대학에 인재를 빼앗겨 폐지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이 상황이 재정지원을 미끼로 수도권과 지방대학을 구분 짓지 않고 대학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교육부의 정책 때문에 벌어진다면 더 문제다. 지방 최고라는 경북대가 최고 인재를 키운다며 내놓았던 글로벌 인재학부가 한순간 사라지는 상황이 지방대학 고사의 상징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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