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머레이 버틀러. 미국 컬럼비아대 총장으로 카네기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군비축소를 호소한 공로로 193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언행은 과연 그런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교육받은 프롤레타리아는 소란을 일으키는 지속적인 원천으로 어느 국가에나 위험하다"고 했다. 또 무솔리니를 노골적으로 지지했으며 1933년 독일 대사를 초대해 컬럼비아 대학에서 히틀러를 옹호하는 강연을 하게 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939년 히틀러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1939년은 나치의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사회과학'역사'철학'법학 교수나 한 국가의 입법부 의원이면 후보로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히틀러를 후보로 추천한 사람은 E.G.C.브란트란 스웨덴 국회의원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무솔리니와 스탈린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고, '이르군'(Irgun)이란 군사조직의 지휘자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살인과 테러를 자행한 메나헴 베긴을 비롯해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전쟁 범죄와 반인권 범죄를 저지른 이츠하크 라빈과 시몬 페레스 등 이스라엘 총리 3인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특히 베긴은 악명높은 인종주의자로 팔레스타인 사람을 "두 발 달린 짐승", 유대인은 "모든 종족의 우두머리" "지구의 신성한 민족"이라고 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UCLA의 유진 볼로흐 교수가 "누군들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할까?"라고 개탄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는 미국 내 최대 흑인 갱단 '크립스'를 만든 뒤 4명을 산탄총으로 살해한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자 1995년 이렇게 비판했다. 윌리엄스가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했지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난센스란 뜻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요새는 아무나 주니까"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고 한다. 오바마 자신도 취임 첫해인 2009년 특별한 공적이 없는데도 노벨평화상을 받아 세계인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바 있다. '개나 소나 받는 게 노벨평화상'이란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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