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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터에 묻힌 역사 언제 빛 볼까…'사찰의 고장' 대구경북 전국 절터 4곳 중 1곳 위치

올해 3월에 복원 완료된 대견사. 매일신문DB
올해 3월에 복원 완료된 대견사. 매일신문DB
신라왕경 핵심지역 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복원될 예정인 황룡사 조감도. 매일신문DB
신라왕경 핵심지역 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복원될 예정인 황룡사 조감도. 매일신문DB
대견사 복원을 위해 이뤄진 대구 비슬산 대견사지 발굴 작업 모습. 매일신문DB
대견사 복원을 위해 이뤄진 대구 비슬산 대견사지 발굴 작업 모습. 매일신문DB
경주 미탄사지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 매일신문DB
경주 미탄사지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 매일신문DB

대구경북은 '절터'(사지'寺址)의 보고다. 전국의 절터 4곳 중 1곳이 대구경북에 있다. 그런데 제대로 발굴되지 않은 절터가 많다. 그만큼 알려지지 못한 역사적 사실도 많은 셈이다.

절터의 잠재력은 크다. 최근 경주 미탄사지에서 여러 유적'유물이 발견돼 통일신라시대 불교문화 연구가 탄력을 얻게 됐다. 앞서 올해 3월 대구 비슬산 대견사지에는 수년의 복원 과정을 거친 대견사가 중창됐다. 이 밖에도 발굴 및 후속 연구가 기대되는 절터가 대구경북에 많다.

◆수수께끼 풀린 경주 미탄사 절터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 스님)는 11일 경주 미탄사지 발굴 현장에서 '삼국유사' 속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미탄사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를 비롯해 인화문(도장무늬) 토기와 납석제 뚜껑 등을 출토했고, 강당지'종각지'비전지 등으로 추정되는 건물지를 발견한 것이다. 또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의 집터인 독서당의 위치도 확인됐다.

앞으로 미탄사는 새로운 역사적 가치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불국사와 감은사는 산속에 있었고, 미탄사는 왕경(경주)에서 도심포교당 같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탄사의 정확한 규모와 특성이 파악되면 통일신라시대 왕경 사람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2010년부터 전국 곳곳의 폐사지 현황 학술조사를 펼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중요 폐사지에 대한 시굴'발굴조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미탄사지가 그 첫 번째 대상이 됐다.

◆전국 절터 4곳 중 1곳 대구경북에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이 함께 펴낸 '한국사지총람'(2013)에 따르면 전국에는 모두 5천393곳의 절터가 있다. 이 중 25%가 대구경북에 모여 있다. 경북은 1천334곳(문화재 지정 절터는 경주 황룡사지와 감은사지 등 13곳)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많다. 특히 불교를 국교로 삼은 신라의 도읍이었던 경주가 353곳으로 전국 1위, 유교와 민간신앙은 물론 불교 문화도 풍성한 안동이 129곳으로 전국 2위다. 수많은 사찰을 품은 팔공산'비슬산'앞산 등이 있는 대구는 77곳(문화재 지정 절터는 부인사지 1곳)으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다.

대구경북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절터는 경주 황룡사지다. 현재의 기술로도 짓기 어려운 9층목탑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지며, 금당지와 강당지 등이 남아 있다. 신라왕경 핵심지역 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복원이 추진된다. 그런데 황룡사지처럼 문화재로 지정된 절터는 극히 일부다. 방치돼 있는 곳이 많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역사적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역사적 조명 기다리는 대구경북 절터들

대구경북에서 발굴 및 후속 연구가 기대되는 절터는 어떤 곳이 있을까? 우선 곳곳이 절터인 경주에 많다. 경주 인왕동 천주사지는 신라 법흥왕이 불교를 공인하기도 전에 세워진 천주사 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더구나 천주사는 신라 궁궐 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주 사정동 흥륜사지는 신라가 불교를 공인한 이후 최초로 세운 가람(사찰의 옛말)인 흥륜사가 있었던 곳으로 전해진다. 경주 내남면 부지리사지는 모기사'모지사'경지사 등 3개의 사찰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덕왕과 김유신의 장지와 관련된 사찰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라 때 화엄종을 연 의상은 영주 부석사'경남 합천 해인사'지리산 화엄사 등 화엄십찰을 비롯해 수많은 사찰을 창건한 승려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흔적이 담긴 절터도 대구경북에 많다. 문경 미면사지는 의상이 창건한 백련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고려 때 주요 결사(불교 혁신 운동)로 꼽히는 '백련결사'가 진행된 사찰로, 이전까지는 전남 강진 백련사만이 백련결사의 주체로 알려져 있었다. '쌀과 국수가 나오는 우물이 사찰 안마당 좌우에 있다'며 미면사로 이름이 바뀐 것은 조선 때다. 또 안동 풍산읍 중대사지의 중대사, 예천 호명면 직산리사지의 광석사 등이 의상이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신라 때 인물 최치원도 사찰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다. 경주 미탄사를 비롯해 봉화에 관련 절터 2곳이 있다. 봉화 명호면 극일암지에는 최치원이 바둑과 독서를 즐겼다는 풍혈대가 있다. 인근의 청량사 치원암지도 최치원의 이름을 딴 세 칸의 암자가 있었던 곳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성주 수륜면 금당사지는 해인사와 비교될 정도로 큰 규모의 금당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법흥사지 7층전탑(국보 16호) 등 전국적으로 희귀한 전탑이 한데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한 안동에는 옥동 임하사지가 있다. 이곳에는 임하사와 7층전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 새롭게 조명하면 역사적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절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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