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생각 행복편지] 진실과 거짓의 한 끝 차이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참혹함의 끝을 보여줬던 히틀러에게는 괴벨스라는 선전선동의 천재가 있었지요. 대학에서 독일문헌학을 전공하고 문학과 연극, 언론계에서 일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그걸 바탕으로 독일인들에게 나치와 히틀러를 선전했고, 안타깝게도 국민에게 그대로 먹혀버렸지요.

그가 나치를 선전하려고 동원한 것은 라디오였는데요. 전 독일국민이 라디오를 다 가질 수 있도록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보급했다지요. '대중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고 굳게 믿은 괴벨스는 라디오를 통해 히틀러와 나치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침투시켰지요. 1935년에 세계 최초로 정기적인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히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송했는데요. 우리가 히틀러의 생생한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도 히틀러를 친근하게 보이려 한 괴벨스의 전략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한때는 문학청년이기도 했고 예술에 재능을 보였던 괴벨스의 '인간의 감정과 본능을 예리하게 꿰뚫어보는 예술가적 통찰력'은 예술가의 길이 아닌 정치가의 길로 잘못 접어들었기에 인류에게는 전쟁이라는 참상을, 독일국민에게는 전범국가라는 죄의식을 지금까지 심어주는 우를 범한 거지요. 그의 선전선동에 대한 어록을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지요. 가히 군중심리 전문가라고 할 만큼 그의 어록은 군중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그에 대한 전략을 그대로 실행했는데요.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이왕 거짓말을 하려면 될 수 있는 한 크게 하라.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는 큰 거짓말을 잘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곧 진실이 된다', '거짓말은 처음엔 부정되고, 그다음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등 거짓과 진실의 모호한 경계를 그는 기막히게 이용한 거지요. 괴벨스는 '피에 굶주리고 복수에 목마른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는 끔찍한 말의 위력을 유대인 학살로 보여줬고요. 비밀경찰인 게쉬타포를 통해 '이성을 제압하여 승리를 거두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포와 힘이다', '대중은 지배자를 기다릴 뿐, 자유를 주어도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말로 확인했지요. 그리고는 '대중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잘 잊어버린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위기를 성공으로 이끄는 선전이야말로 진정한 정치 예술이다', '우리는 국민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을 뿐. 그리고 그들은 그 대가를 치르는 거다' 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켰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끝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괴벨스의 대중선동기술을 앞다퉈 연구하기 시작했지요. 라디오와 TV를 정치에 이용한 최초의 인물인 괴벨스야말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올라야 하는 정치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교과서겠지요. 실제로 세계대전이 끝난 후 많은 정치인이 미디어를 이용한 전략적인 홍보를 통해 화려하게 인기 정치인으로 등극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괴벨스의 선전선동 전략이 뛰어나다 해도 진실의 거울은 가릴 수 없잖아요. 좀 순진한 생각 같지만 말이죠. '우리는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아니면 역사상 가장 악랄한 범죄자로'라고 말한 괴벨스는 그렇게 추종하던 히틀러뿐 아니라, 자신도 인류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최악의 범죄자로 역사 속에 남겨졌잖아요.

새삼 괴벨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괴벨스가 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어서요. 설마 그러겠어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며 공포정치를 펼쳤던 괴벨스는 언론을 자신의 손에 넣고 맘대로 주무르며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고 했다지만,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안에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가 쥐여져 있는데 괴벨스의 악령이 되살아나겠어요? 전 세계가 그물망 같은 미디어핏줄로 연결돼 있는데 말이죠. 잠깐은 가능하겠지요. 그렇지만, 그 피들이 돌고 돌아 진실의 심장에 도달하는 것을 전 세계인이 실시간 들여다보는데 괴벨스의 전철을 밟겠어요? 진실과 거짓의 한 끝 차이를 이제는 다 알 텐데요.

권미강/대전문학관 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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