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정서와 인지 기능

건강과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개 치매를 예방하려면 "많이 웃어라"고 권한다. 왜일까? 뇌과학에 그 대답이 있다. 기분이 좋으면 거슬리는 일도 쉽게 넘어가지만 기분이 나쁘면 조그만 일에도 신경이 거슬린다. 뇌의 인지 기능은 이러한 정서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지나친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인해 기분이 저조해지거나 무기력해지면 주의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의사 결정 능력 또한 저해된다.

인지적 과제 수행은 '각성'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각성의 사전적 정의는 '정신을 차리고 주의 깊게 살피어 경계함'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에 들리지 않고 졸린 상태에서 눈꺼풀만 껌벅껌벅거린다면 이때의 각성 상태는 아주 낮다. 반면에 매를 들고 공부를 시키는 부모님 앞에서의 아이들의 숙제 시간은 공포고 지옥이다. 이때의 각성 상태는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각성 상태가 매우 높다고 하더라도 인지적 수행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하된다. 각성 상태가 치우침이 없이 적당해야지 인지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적당한 각성의 상태라고 하면 애매하게 들리지만 굳이 긍정적인 정서에 국한해서 언급한다면 기분이 좋아 들뜨고 흥분된 상태가 아닌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각성 상태가 지나쳐서,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각성 상태가 오히려 너무 낮아져서 인지적 능력이 저하된다. 스트레스와 인지와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쥐들에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호르몬 분비가 변하고 기억과 관련한 세포의 발화가 감소하며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쥐들이 스트레스에 아주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때 기억과 학습에 관련한 해마가 위축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정서는 주의력과 지각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정서를 표현하거나 자극하는 것에 주의가 쉽게 끌린다. 뇌손상 환자 중에 '시각 무시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증상은 대개 뇌손상 부위의 반대편 공간에 있는 자극을 제대로 지각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무시증' 환자의 경우에도 문제가 되는 공간에 정서와 관련한 자극이 나타나게 되면 무시증 증상이 줄어든다. 정서 상태는 뇌의 인지처리와 서로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인지 능력을 높이고 싶으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한 기분을 털어버리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고 꼭 하고 싶은 일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다.

윤은영<한국뇌기능개발센터 (구 한국뇌신경훈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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