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2] '그런 느낌'이 들 때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43.6명, 일 년이면 약 1만6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중에서 자살이 4위에 해당할 정도라니,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지나치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 경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112신고접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많게는 하루에 20여 건 이상의 자살의심 신고가 접수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남녀관계의 불화'로, 어떤 이는 '생활고' 때문에, 어떤 이는 '지병을 비관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에 몸을 맡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할 때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연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선택으로 가장 마음 아파하고 불안해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지난 3월 16일 오전 10시 38분쯤, 112신고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형에게 전화가 왔는데요, 조카 좀 잘 돌봐달라면서…. 형이 평소에 우울증이 있어서 자살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통화할 때 어감이…, 왜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형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동생이 다급히 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를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오랜 기간 업무를 해 온 경찰관도 '그런'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신고를 받았던 경찰관도 직감적으로 위험한 상황일 것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곧바로 신고자의 형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의 기지국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사건번호 0000번, 자살의심자 관련 기지국 위치 하달합니다. 기지국 위치는 00동, 산 00번지 근처. 00경찰서는 주변 순찰근무 중인 순찰차를 최대한 동원해서 기지국 인근에 대해 수색을 해 주시고, 특히 근처에 자살의심자가 갈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있는지 수사 바랍니다."

담당 지역 파출소 근무자는 자살의심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탐문을 하고, 또 신고자를 대상으로 자살의심자의 평소 행적이나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조사하였다. 그러던 중 휴대전화 기지국이 조회된 지역 근처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곳이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산소에 간다"고 말했을 때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휴대전화 위치도 그곳으로 나타나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신고자가 알려준 위치로 순찰차를 내달렸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가로막고 있었다. 산소까지 가는 길 중간을 골프장이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골프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갈 수가 없는 곳이었고, 걸어서는 40분이나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골프장 잔디 위를 순찰차로 지나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골프장 관계자에게 부탁한 끝에 골프장 카트를 빌려 타고 6분 만에 산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산소 근처에 다다르는 순간, 나무에 밧줄을 걸어 목에 감고 있는 자살의심자를 발견하였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생명을 잃고 말았을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관들은 재빨리 목에 감긴 줄을 제거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는 안전하게 산에서 내려와 홀로 남을 뻔한 중학생 딸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자살은 그것을 직접 선택하는 사람이나, 남겨지는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가혹한 일이다. 특히 이 자살기도자의 딸과 같이 보호자를 잃게 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 같은 불행을 막으려면 위험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주저 말고 112로 도움을 요청하여야 한다.

지난해 말, 경찰 112신고센터에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에 따른 '위치정보 조회시스템'이 갖춰졌다. 이에 따라 자살기도자와 같이 생명'신체를 위협하는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나 실종아동 등에 대하여 신속하게 위치를 확인하고, 구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는 위치정보법 제29조에 의해 시행하고 있으며 만약 허위신고임이 드러나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물론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건 늘 구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위치정보의 오차범위가 넓고, 특히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도심지역은 수색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경북경찰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홍익치안의 정신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대식 경북경찰청 112종합상황실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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