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장롱 화폐

'돈'은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지만 그 뜻에 있어서는 대다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화폐로 사용한 귀금속의 무게 단위(돈)에서 유래했다는 주장, 전(錢)의 우리 옛 발음인 '뎐'에서 돈이 되었다거나 일부 학자의 주장처럼 '도(刀)-도환(刀環)'설 등 분분하다.

좀 더 설득력 있는 돈의 기원설은 '도'(刀)다. 도와 돈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명도전(明刀錢)인데 고리가 있는 칼 모양의 돈으로 중국 연나라 화폐라는 게 기존의 학설이다. 하지만 고조선에서 널리 통용된 화폐라는 반대 학설도 만만찮다. 한서(漢書) 식화지에는 '도전(刀錢)은 모양이 칼과 같아 이름이 생겼다'고 풀이했다. 도(刀)는 고려말까지 화폐를 뜻하는 말로 사용됐다는데 여기서 돈으로 굳어졌다는 설과 함께 '도'(刀)와 '도환'(刀環)이 혼용되다가 '도환→돈'으로 불렸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면 전(錢)이나 머니(Money)의 어원은 분명하다. 전은 고대 주나라 때 사용한 화폐 단위다. 머니는 로마신화에서 주노 여신의 신전(moneta)에서 비롯됐다. 모네타는 신전을 지키는 기러기들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 갈리아인의 침입을 '경고'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monere'에서 파생됐는데 주노 신전은 동전을 주조하던 장소로 동전을 뜻하는 스페인어 모네다(moneda)와 독일어의 마르크(mark), 영어 머니의 출발이다.

한국은행이 5월 한 달간 433억 원어치의 동전을 회수해 제조 비용을 절약했다는 보도다. 동전교환운동을 통해 3억 개가 넘는 서랍 속 동전을 지폐로 교환했다. 한은은 환수율(16%)이 낮아 새 동전 발행비용이 크게 늘자 5월을 동전교환의 달로 정했다. 환수율이 3%인 옛 10원짜리 동전의 제조 비용은 40원이다.

저금리 상황에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지하경제 양성화 등과 맞물려 올해 발행한 5만 원권 지폐의 환수율도 28%에 불과하다니 장롱 화폐도 골칫거리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1만 원권 구권 화폐를 은밀히 사용했다거나 최근 여당 국회의원의 현금분실 신고 과정에서 불거진 구권 화폐 사용도 돈이 가진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찮아서 장롱 속에 처박혀 있든 드러내기 곤란해 금고에 깊숙이 들어갔든 돌지 않거나 잘못 쓰이면 화를 부르는 게 돈이다. 머니에 '경고'의 뜻이 담긴 게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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