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학교폭력을 당하던 아이가 다시 가해자

자기주장이 약하고 남의 눈치를 극심히 살피던 초등학생 아들은 유치원 때부터 툭하면 왕따를 당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애꿎은 부모에게 화를 내고 떼쓰며 하루 종일 애를 먹였지요. 그러면 불 같은 성격의 남편은 아이를 달래기는커녕 소리를 지르며 정신 차리라고 심하게 혼을 내곤 했습니다. 저도 아이 모습이 못마땅해 차갑게 대했지요. 그 후 아이는 점점 말이 없어지더니 요즘엔 예전과는 다른 사고를 쳐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우리 아이가 힘 약한 아이를 골라 왕따시키고 괴롭힙니다. 상대 부모의 항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왕따 피해자였다가 가해자로 변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녀가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피해만 입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다른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가해자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많이 당황했으리라 봅니다. 거기에다 지금 현실은 귀하의 자녀에게 왕따당하고 있는 부모들이 거센 항의와 함께 학교폭력법을 근거로 아이의 왕따 가해 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으니 그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하셨군요.

속담 중에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 학생과 부모를 만나 귀하 자녀의 왕따 가해행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로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게 하여 상대 부모들의 처벌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난 후, 아이와 깊고 솔직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아이를 야단치고 비난하기보다는 이번 일을 통해 아이가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고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교훈을 얻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만들어가는 것이 지혜일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부모가 되짚어봐야 할 것은 그간 타인에게 괴롭힘만 당한 아이가 자기 모습을 닮은 또 다른 타인을 괴롭히게 된 이유을 찾아야 합니다. 불 같은 성격의 아버지와 얼음 같은 어머니의 냉정한 양육을 받은 아이는 자연히 자기 자신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였을 것이고, 그 결과 대인관계의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에서 과거 자기 모습을 닮은 '타인'을 발견하게 되고, 어처구니없게도 그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문제행동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면, 과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선행적 경험이 친구들로부터 왕따 피해자로서의 타깃이 되고, 후에 내면에 쌓인 원초적 분노들이 적절한 출구를 찾지 못해 결국 무고한 대상에게 부적절한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근본적으로는 아이의 분노를 잉태하게 한 부모의 양육 방법이 지금이라도 새로워져야 하며, 아이와 함께 새로운 가족의 기능을 위한 열린 대화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또 친구를 향한 아이의 잘못된 폭력적 행동이 학교폭력법에 의해 저촉받는 행위란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타인을 괴롭히는 행동의 결과는 법에 따른 무거운 처벌이 있음을 단호하게 교육하여 올바른 선택으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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