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국민성

최근 사회를 요란하게 만든 단어가 하나 있다. 사퇴한 국무총리 후보자 때문에 회자된 '국민성'이라는 말이다. 그 후보자가 한 말의 진심은 논외로 하고 우리나라 국민성은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부지런함'이다. 우리나라 사람을 칭찬할 때는 '부지런하다'고 표현하지만 좀 나쁘게 말하는 외국인들조차도 '일 중독자' '경쟁에 목숨 거는 국민' 등 '게으른 국민'과는 전혀 맞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국민을 두고 '게으르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결론부터 먼저 밝히면, 국민성에 관한 것은 그 나라의 지도자에 의해 결정된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진짜 '게을렀다'면 당시 지도자들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는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더라도 증명되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부지런함'을 인정받는데 어떻게 불과 몇백 년 전의 우리 조상들은 게을러서 나라를 빼앗기고 손가락질을 받는 국민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까. 이즈음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때는 이미 역사책을 통해 다 알다시피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것이 건국 이래 나라가 망할 때까지 이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 조공은 어디서 나왔을까. 당연히 국민들로부터 거둔 것이다. 즉 세금이라는 국가적 제도에 의해 국민들로부터 나라가 거둔 것을 중국에 바친 것이 '조공'의 실체다.

조공이라는 것은 왜 생겼을까? 한 무리의 지도자들이 나라를 세우면서 그 정통성을 인정받고자 이웃 '대국'에게 약속한 것이 그 진실이다.

지도자가 한 약속 때문에 백성들은 안 내도 될 세금을 일평생 바쳐왔기에 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즉 밤잠을 설쳐가며 일을 해서 거둔 것을 나라가 세금으로 과도하게 거두어가는 것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동기 부여'는 불가능했을 터이다. 자포자기하는 것이 어쩌면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국가가 잘못해서 국민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은 얼마나 많을까. 특히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을 힘들고 어렵게 만들었다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참 선한 편이다.

그동안 역사 속에서 이 같은 상황이 제법 많았을진대 지도자에게는 관대하다. 그냥 참고 넘긴다. 그래서 나온 말 한마디가 '나라를 빛내는 국민이 되자'라는 표어가 아닐까. 물론 맞는 말이다.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고 빛내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인가. 하지만 이즈음에서는 지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국민을 빛내는 나라를 만들자'라는 일침도 가하고 싶다.

국민들에게는 늘 희생을 강요하면서 지도자들은 자신의 무리들 명분과 자리를 지키는 생각에만 몰두하는 것은 혹시 아닌지 또 우리들은 냉정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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