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세대와 카페 세대,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닮은 연애와 결혼'.
만남과 연애, 결혼 등 남녀상열지사는 세월에 따라 외향이 조금씩 달라졌다. 1970, 80년대 다방에서 이성을 소개받던 모습은 2000년대 들어 카페에서 소개팅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대구백화점 남문에서 만나던 데이트 방식은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30여 년 전 그 시절의 만남과 사랑이 지금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는 어떻게 다를까.
◆다방 세대와 카페 세대의 첫 만남
한눈에 빠지는 운명 같은 만남을 가진 연인도 많지만, 연애나 결혼의 의도(?)를 가지고 첫 만남을 시작한 연인들도 많다. 과거에는 지인들의 주선으로 만나게 되면 1대1 만남보다는 단체 미팅이 많았고, 둘만 만나는 경우에는 소개팅이라는 단어보다는 맞선이라는 단어가 익숙했다.
1970, 80년대에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한 세대들은 이성을 소개받을 때 약속 장소는 어김없이 다방이었다. 다방은 단순히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닌 만남의 공간이었다. 그 시절 대구에서 유명했던 맞선 장소는 지금의 중앙네거리에 있었던 로얄관광호텔 1층 '로얄커피숍'. 주말이면 맞선을 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후 매일신문사 1층의 매일커피숍도 1980년대 맞선 명당으로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초 로얄커피숍에서 맞선을 본 적이 있다는 박모(54) 씨는 "주말이면 시내 유명 다방에는 맞선을 보는 테이블이 많았다"며 "당시엔 휴대전화가 없으니 미리 무슨 색 옷을 입고 갈지 얘기해두고 혹시나 늦거나 못 찾으면 커피숍 카운터로 전화를 했다"고 회상했다.
요즘 젊은 세대의 만남도 비슷한 형태다. 다만 '미팅'이라는 단어는 업무상 의미로 사용되고 대신 '소개팅'이 미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는 다방에서 카페로 바뀌었다.
예나 지금이나 소개를 통해 만나고 커피나 차를 파는 공간에서 만난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카페 세대는 소개팅을 하기로 하고 상대방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으면 우선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문자 메시지로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약속 장소를 잡는다. 약속 장소는 주로 카페가 많은 동성로나 앞산 카페 골목, 수성못 등지에 있는 카페들이다. 약속 장소에서 전화를 걸면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즉석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에서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주가무가 함께한다. 다방 세대는 디스코텍이나 고고장에서 처음 보는 이성과의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카페 세대는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를 통해 '부킹'을 하거나,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함께 춤을 추는 일명 '부비부비'의 형태로 인연이 이뤄진다.
◆시대 불문, 데이트 정석은 차-식사-영화관람
열애 중인 연인들은 보고만 있어도 좋다지만 그래도 데이트 장소와 방식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은 다방 세대나 카페 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데이트 코스는 과거나 현재 모두 '차-식사-영화관람'이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카페 세대의 코스에는 이색 데이트들이 다소 추가돼 있다.
다방 세대의 주 데이트 장소는 1970년대에는 향촌동, 80년대에는 중앙로였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음악다방에서 차를 마시며 함께 음악을 듣는 연인들이 많았다. 주부 유영숙(56) 씨는 "중앙로 인근 음악다방에서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이 분위기 있는 팝송을 신청하면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DJ가 잘생긴 음악다방은 여자들끼리는 많이 갔지만, 데이트 장소로는 남성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식사 장소의 경우 수성못의 호반레스토랑이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 레스토랑은 지금은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로 돼 있지만 1970, 80년대에는 나무들로 잔뜩 둘러싸인 데다 수성못을 바라볼 수 있어서 멋진 데이트 장소로 손꼽혔다. 여기에 '이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면 결혼하게 된다'는 소문까지 나서 '데이트 명소'로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영화관은 과거나 지금이나 연인들에게는 로맨틱한 장소다. 다만 1970, 80년대 영화관들은 모두 '단관'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대구극장, 아세아극장, 송죽극장, 자유극장, 제일극장 등의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살포시 손을 잡거나, 슬쩍 입을 맞춘 달콤한 추억을 가진 연인들이 많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카페에서 만나 맛집을 찾아다니고 영화를 보는 코스가 정석이다. 하지만 새로운 데이트 코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 인기가 좋은 데이트 코스 중 하나는 연인 마사지. 마사지 혹은 안마라면 퇴폐업소를 떠올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건전한 여가문화로 자리 잡았다. 연인이 함께 타이 마사지, 스포츠마사지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온라인으로 지정된 수의 소비자가 모이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소셜커머스의 등장으로 저렴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마사지 데이트는 카페 세대의 보편적 데이트 코스로 정착했다. 또 퇴근 이후나 주말이면 함께 야구를 관람하는 '야구장 데이트', 휴가 기간을 맞춰 외국여행을 함께 떠나는 등 다방세대와는 다른 이색적인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많아졌다.
◆달라진 결혼'출산 문화
다방 세대의 10명 가운데 9명은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대구의 경우 명성예식장, 고려예식장, 황제예식장, 궁전예식장 등 지금은 사라진 수많은 예식장에서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결혼식을 치렀다. 당시 가장 보편적이었던 결혼 피로연 음식은 갈비탕. 1980년대 초까지는 국수를 대접하는 피로연도 흔했다.
카페 세대의 결혼식은 예식장 외에 호텔, 레스토랑 등 장소가 다양해졌다. 하객에게 대접하는 음식은 뷔페로 바뀌었고, 호텔 예식 등 좀 더 비용을 투자한 경우에는 스테이크가 포함된 정찬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평일 결혼식, 저녁 결혼식 등 기존의 틀을 깬 결혼식들도 생겨나고 있다. 마냥 정숙하게만 치러졌던 예식 분위기도 변했다. 신랑이나 신부 스스로, 혹은 부모님이 축가를 부르기도 하고 유행하는 노래에 맞춰 과감한 춤을 추기도 한다. 몇 년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했을 때는 결혼식장마다 말춤을 추는 신랑'신부의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을 정도이다. 카페 세대에게 결혼식은 일생일대에서 가장 엄숙한 행사가 아니라 파티처럼 여겨지고 있다.
결혼 준비과정도 달라졌다. 형편에 따라 집을 장만하고 혼수품을 준비하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카페 세대는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패키지로 준비하는 경우가 기본이 됐다. 결혼 전에 예비부부가 결정한 형태에 맞춰 스튜디오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모습도 다방 세대와 달라진 점이다.
결혼 후 출산에서 다방 세대와 카페 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남아선호'가 많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다방 세대까지만 해도 남아선호 때문에 아들을 낳으려고 딸부잣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 세대는 오히려 딸을 선호하는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주부 송은지(31) 씨는 "주변 임신부들을 만나보면 자신은 물론 남편도 태어날 아기가 딸이길 바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 부부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산아제한 정책이 존재했지만, 30년 사이 출산율이 크게 낮아져 카페 세대에게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미덕이 됐다. 보통 아이가 하나 혹은 둘이다 보니 임신부터 아이에게 쏟는 애정이 각별해졌다. 카페 세대는 임신 당시 태명이 없는 아이가 없을 정도이며, 태교도 다방 세대와 비교하면 살뜰해졌다.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서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주며 산후조리를 도왔던 다방 세대와 달리 카페 세대는 대부분 비싼 비용이 들어도 최소 2주 이상 아기와 함께 산후조리원에서 지낸다. 과거에는 육아법을 부모들에게 배웠지만, 이제는 산후조리원 육아교실에서 육아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