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39) 씨는 포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탁구선수다. 그러나 김 씨가 주로 연습하는 공간은 포항이 아니다. 그는 탁구채와 장애인 탁구선수 전용 휠체어를 싣고 대구'경주 등지에 있는 연습장을 찾는다. 포항에 제대로 된 연습시설이 없는 탓이다.
"대도시로 이사 가면 물론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겠죠. 고향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고 웬만한 고생쯤은 감내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도 무척 힘이 드네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2001년부터 탁구를 시작한 그는 운동을 위해서라면 전국 어느 곳이건 안 가본 곳이 없다. 대구시청 실업팀에서 2년간 탁구를 해왔고, 이전에는 대전과 서울에서 2년 그리고 광주에서도 4년간 탁구 선수로 활동했다.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한 그는 이번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과 중국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우리나라 대표선수로 발탁됐다. 전국체전 등 국내 대회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놓치지 않아 전국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아무리 운동이 좋다 해도 오랜 타지 생활은 힘들더군요.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현실이 이럴 줄은 차마 몰랐죠. 그냥 암담했습니다."
현재 포항의 장애인 탁구선수는 모두 18명. 이 중 2명이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해 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다. 이들은 포항종합운동장 한쪽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탁구대 2개를 놓고 오늘도 연습에 한창이다. 2011년 포항시의 지원으로 겨우 마련한 공간이다.
이마저 없을 때는 포항장애인복지관 다목적강당을 이용했다. 복지관 특성상 각종 재활프로그램이 열릴 때마다 공간을 내줘야 하는 까닭에 시간이 빌 때마다 게릴라식으로 연습해야 했다.
겨우 연습공간을 얻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두웠다. 탁구공을 놓는 바구니가 없어 플라스틱 의자를 이어붙여 사용하거나 떨어진 탁구공을 줍는 도구도 잠자리채 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 쓴다. 탁구공이 빠져나갈까 봐 현관문에 설치하는 방지턱도 어디서 주어온 고무 방석을 덧대어 놓았다. 그래도 이들은 매일 몇 시간씩 탁구공을 치면서 행복한 땀을 흘린다.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이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처음 장애를 얻으면 대부분 우울증에 걸립니다. 사회가 원망스러워지는 거죠. 그러다 자격지심으로 발전해 비참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성취감을 주는 체육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김 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포항 장량중학교 탁구부 감독의 배려로 그는 중학생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이기에 한 번씩 어린 선수들에게 거치적거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먹는 눈칫밥이 불편하다.
김 씨처럼 포항의 재능있는 선수들은 대회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내면 실업팀이 있는 대도시로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고향을 지키겠다는 사람들도 연습 부족과 원정 연습의 피로 누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상황이 많다.
"주위의 친구들이 연습공간을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것을 보면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운동하려는 장애인들이 찾아왔을 때 그들을 맞이할 제대로 된 집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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