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든 한국인에 기쁜 날…정의·자유·화해 이루도록"

광화문 시복식 100만명 참가…윤지충외 123위 복자 선언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고 이들이 복자의 자리에 올랐음을 선언하자 제대 좌우로 124위 복자들의 대형 걸개 그림이 내걸리고 있다. TV화면 캡쳐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로 1791년 신해박해에서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한 124위의 순교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 선언에 의해 복자로 탄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미사를 집전하고 이들이 복자의 자리에 올랐음을 선언했다.

오전 10시 정각 미사가 시작되자 교황이 주교단과 함께 중앙통로로 입장했고 교황은 공동 집전자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과 함께 제대 앞에서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마친 후 본격적인 시복 예식에 들어갔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명옥 주교과 김종수 신부가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시복 청원과 124위의 약전을 낭독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원을 받아들여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순교자를 복자라 칭하며 매년 5월29일을 그분들의 축일로 기념할 것으로 허락한다"며 역사적인 시복 선언을 했다.

이날 교황은 이어진 강론을 통해 '124위 순교자의 삶과 죽음이 오늘날의 신자들에게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교황은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여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고 했다.

이날 시복식에는 한국과 아시아권 국가에서 온 주교단 100명 등 사제 1천90여 명, 가톨릭 신자 17만여 명을 비롯해 10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중앙 제단 좌우에 설치된 600인치 대형 스크린 등을 통해서도 시복식을 지켜봤다. 시복식을 마친 교황은 이날 장애인 요양시설인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아 장애인들을 만난다. 교황은 장애인들이 직접 그린 교황의 초상화와 양손이 없어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등을 선물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가톨릭교회 최대 순교 성지인 서소문 성지를 찾아 순교자를 위해 기도했다. 서소문성지는 1984년에 시성된 한국의 103위 성인 중 44위와 이날 시복되는 124위 중 27위가 순교한 성지다. 성지에 도착한 교황은 현양탑 앞 제대에 헌화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깊은 기도를 올렸다.

성지 참배를 마친 교황은 서울시청 광장에서부터 시성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까지의 길을 무개차에 탑승해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이날 시복식이 열린 광화문광장은 물론 서울시청 광장에 까지 이르는 길에는 이른 새벽부터 시복식을 직접 보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행사를 1시간 남겨 둔 9시 이전에 이미 서울광장 일대가 인파로 가득 찼다. 약 100만명에 이르는 인파는 교황의 모습이 보이자 '비바 파파'를 연호하며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특히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600여명이 모인 자리에 이르러서는 직접 차에서 내려 이들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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