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1세기를 '융복합 시대'라고 말한다. 다양한 기술과 매체가 하나로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예술에서도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이 많아지면서 장르를 구분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2일(화)부터 20일(토)까지 갤러리전에서 개인전을 갖는 도예가 이세용은 융복합의 시대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전통과 현대의 소통'이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소재에 대한 경계를 허물었다. 그는 분청과 백자, 나무와 도자기, 금속과 도자기 등을 결합하는 기법을 통해 '융화'라는 가치를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이 작가는 도자기가 갖는 형태적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 6월 개최한 한식 갈라 디너에서 요리연구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작가가 만든 그릇이었다. 앙증맞게 축소된 주안상 모양의 접시 위에 디저트용 떡이 소담하게 담겨 나오자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릇은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음식을 담아낼 적당한 그릇이 없다면 음식의 완성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신선한 식재료만큼 그릇 욕심을 갖고 있다. 현대 그릇이 단순히 음식을 담는 기능적 요소를 뛰어넘어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이유다.
도자뿐 아니라 회화에도 능한 이 작가는 국립요업기술원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유약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유약을 사용해 유화 작품에 가까운 다양한 색감의 그림을 자기 위에 펼친다. 작업 모티브는 무궁무진하다. 꽃, 벌레, 동물 등 자연의 창조물뿐 아니라 자동차, 술병, 해학적으로 풀어낸 성의 이미지 등을 아름다운 코발트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정갈한 백자 위에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청화 그림은 전통미와 함께 현대적 세련미를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 작가의 작품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싱가포르아트페어, 마이애미아트페어 등에서 주목받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예술을 하면서 주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도자기 표면을 장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청화로 그림을 그리면서 현대와 과거, 평화와 전쟁, 선과 악, 자연과 인공 등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같은 화면에 배치했다. 이런 상반된 이미지들은 재료적 측면뿐 아니라 장르적 측면에서도 추구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도자기를 붙이거나 도자기로 인체를 만든 후 그 위에 유약과 아크릴을 이용해 장식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두 물질이 연출하는 긴장감과 물질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즐겼다"고 말했다.
생활도자기를 비롯해 작은 도조(도자+조각)에 거울을 접목시킨 새로운 작품 등 60여 점이 전시된다. 053)79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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