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낡은 주거공간으로만 인식되던 한옥이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도심 곳곳에 방치돼 왔던 한옥들이 친환경 주거공간뿐 아니라 삭막한 도심 속 정서적 휴식공간으로 인식되면서 '한옥 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대구 지역 내 한옥은 모두 1만753채에 이른다. 구'군별로 보면 달성군이 2천420채, 중구 1천751채, 서구 1천568채, 동구 1천460채, 남구 1천106채, 북구 1천97채, 수성구 996채, 달서구 355채 순이다.
한옥 전수조사가 완료된 나주 238채, 전주 2천512채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6'25전쟁 피해를 입지 않은데다 조선시대 경상도를 총괄했던 감영이 있었기 때문에 대구는 타 도시보다 한옥이 많은 편"이라며 "중구나 달성군 지역에는 보존 가치가 뛰어난 한옥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옥 붐'은 대구 도심인 중구에서 시작되고 있다.
중구 대봉동 주택가에 있는 한옥 카페 '모가'(moga)는 대구에 한옥 카페 붐을 불러일으킨 곳이다.
한옥에 관심이 많던 정유경 대표가 요리 교실 공간으로 쓸 장소를 알아보던 중 낡은 한옥을 사들였고, '한옥에서 커피를 마시면 운치가 있겠다'는 친척들의 권유로 2010년 4월 카페로 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나중에 유지비가 많이 들더라도 현대식 자재보다는 기둥, 기와, 창문 하나까지 그대로 살리는 편을 택했다.
한옥 카페를 찾는 젊은 층들이 많아지자 최근 5년 새 대봉동 일대에는 한옥을 개조한 카페가 두 곳이나 더 생겼다.
폐가 수준이던 한옥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관광 명소가 된 곳도 있다. 2012년 중구 동산동 제일교회 뒤편에 문을 연 '옛 구암서원'은 대구에 생긴 첫 한옥 게스트하우스다. 달성 서씨의 문중 서원인 구암서원이 1995년 북구 산격동으로 이전하면서 18년간 폐가로 방치돼 있었지만 중구청이 근대골목 투어와 연계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장소로 이곳을 낙점한 뒤 변모했다. 한복 입어보기, 서당 체험, 민속놀이 등 전통문화 체험행사도 펼쳐져 지금은 외국인들이 찾는 대구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옛 구암서원'을 시작으로 대구 중구 도심에는 한옥을 수리해 문을 연 숙박업소가 4곳이나 생겨났다.
대구시도 한옥 진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한옥진흥조례를 제정해 올해 3월부터 한옥을 수리하거나 신축할 때 공사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한옥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허동정 사단법인 대구문화유산 대표는 "대구는 한옥 보전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음식점,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들어서 도심 한옥촌이 상업화로 빠지거나 국적 불명의 한옥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