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뒤에서 읽으면 '살자'가 된다. 누군가가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그것은 "나는 살고 싶어, 나를 구해줘"라는, "살고 싶다"는 아우성으로 들으면 틀림없다. 자살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깔고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자살 시도 전에 마지막으로 '대구생명의전화' 상담실로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자살의 원인은 절망감이다. 젊은이들이나 노인들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고 한다. "더 살아서 뭐하겠나? 살만큼 살았다"는 노인들의 말 속에는 후회스러운 과거, 현재의 참담한 현실, 앞이 캄캄하다고 느낀 미래가 모두 묻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인들은 병이 들었을 때, 심한 우울증에 걸렸을 때, 생활이 궁핍해졌을 때, 가정에 불화가 잦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
이 중에서도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신의 병든 몸이다. 사람은 늙으면 다들 쇠약해지고 병에 걸린다. 병든 노인을 무심히 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노인은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에는 상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우리는 결국 삶에 익숙해지지 못한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의 말을 빌리면 인간이 성장기를 거쳐 중년에 이르는 동안의 가장 큰 과제는 세상으로 당당히 나가는 것이며,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동안의 가장 큰 과제는 늙음과 죽음에 직면하는 것이다. 노인은 자신의 쇠약한 육체와 지친 마음을 감당해야 하며 가까운 지인 및 가족들이 떠나고 친구가 죽어가는 것을 견디어야 한다. 이런 일들에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겠는가? 여기에다 우울증이라도 겹치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상담자는 전문가가 아니고 그것에 준하는 전문가이다. 그래서 상담실 벽에는 노인이 자살 신호를 보낼 경우에 대비한 대처 방법을 써 놓는다.
1. 자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극적으로 물어보라.
2. 자살 신호를 감지했다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라. 그리고 왜 죽으려고 하는지 물어보고, 그 아픈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3. 귀를 기울여 주의 깊게 경청하라.
4.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 속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5.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6. '죽고 싶다'는 말 그 자체가 곧 '살려달라'는 말임을 명심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래 사항에 해당되는 분들은 될 수 있으면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돼 있다. 즉, 과거에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을 앓았던 분, 병에 걸인 노인, 치매에 걸린 노인을 돌보는 어르신, 가족 사이에 갈등이 있는 분, 친구가 적은 분, 경제 상황이 악화된 분, 부부 사이가 안 좋은 분, 최근 배우자와 사별한 분, 최근 퇴직한 분, 과음하시는 분 등이다. 고난이 성장의 도구라고 하지만, 노인에겐 재앙이다.
유가형(시인'대구생명의전화 지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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