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한 화장실. 세면대 어디에도 비누나 손 세정제는 없었다.
이런 탓에 화장실을 찾은 시민들은 세면대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세면대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 이명자(80'여) 씨는 "물로 손을 씻었지만 비누로 씻는 것만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찝찝해했다. 이날 두류공원 내 화장실 14곳 가운데 비누가 없는 곳은 5곳이나 됐다.
대구시가 메르스 확산을 예방하고자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한 손 씻기 생활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중 상당수가 비누 등이 없어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공공시설 내 장애인화장실은 손을 씻기에 더욱 열악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에 찾은 칠성고가교 아래 신천둔치공원 화장실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었지만 비누는 없었다. 이모(58) 씨는 "이곳에 자주 놀러 오지만 화장실에 비누가 있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구청소년수련관 1층 화장실에도 비누가 없기는 마찬가지. 청소년회관 관계자는 "워낙 개방된 곳이라 사람들이 와서 비누를 가져가거나 어린이들이 비누를 가지고 장난치기 때문에 1층에는 비누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공공시설 내 장애인화장실은 이보다 더 열악해 비누나 세정제를 갖춘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구 달성공원 내 장애인화장실 5곳 모두 비누나 세정제가 없었다. 장애인 남한영(71) 씨는 "비누를 사용하려면 비장애인화장실로 가야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못 들어가서 불편할 때가 잦다"며 "요즘 손을 자주 씻으라고 하는데 장애인들은 어디서 깨끗이 손을 씻어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대구시립중앙도서관 장애인화장실에도 비누는 없었다. 장애인 전병길(28) 씨는 "비누를 사용하지 않으면 찝찝한 것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 같다. 일부 노후화한 장애인화장실은 방치된 경우가 많아 휴지나 비누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조민제 (사)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대구가 메르스 청정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를 대비해서라도 비장애인화장실처럼 장애인 화장실에도 비누를 비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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