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음] 소목(素木), 김규련 선생을 추모하며…김규련 수필가 10일 별세

한국 문단이 인정한 '수필문학의 거봉'

#경북서 45여 년간 교육 봉직

#자연 속 관조·달관 경지 노래

# '거룩한 본능' 등 수작 수두룩

소목 김규련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나 저쪽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제는 그의 낮고 부드러운 음성도, 다감했던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없는 빈자리, 슬픔과 함께 속절없는 그리움이 밀려온다.

소목은 초대 '경북교육연수원장'을 역임한 후, 포항고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은퇴했다. 대부분의 세월을 경북 오지(奧地)의 교육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분잡한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생활이 그에게는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토양이 되었다. 이 기간에 창작된 작품들은 관조와 달관의 경지로 자연 속에 몰입해 있다.

소목은 문재(文才)를 타고났다. 한국 문단이 인정하는 수필문학의 거봉(巨峰)이다. 그래서 수필창작 교본마다 그의 작품이 교과서로 올라와 있다. 우리 문단에 발표된 수필 중 수작들을 다시 엄선하여 소개한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다산초당, 장하늘)이나 '명수필 바로 알기'(문학관, 윤재천)에서도 작품해설과 함께 그의 작품이 게재되었다.

수필가로 그에게 안겨진 영광은 한국문예진흥원에서 선정한 '90년 한국수필문학상' 수상이었다. 그리고 작가로서 가장 보람된 일은 그의 대표작 '거룩한 본능'이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일이다. 이 작품은 한국수필문학을 대표하는 명수필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소목은 교육자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45년을 봉직하면서 최고의 영예인 '87년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했고, '94년 서암 교육자 대상'까지 받았다.

병상에서 뵈었던 소목은 "인생이 별것 아니다. 허무하다. 참으로 인생이 무상(無常)하다"고 읊조리셨다. 정한(情恨)에 사무친 나직한 그의 목소리가 잠언이 되어 긴 여운을 남겼다. 소목은 혈육으로 나의 자형이 되신다. 유년(幼年)에 그를 만나 평생의 사부(師父)로 흠모하며 함께했던 시간들이 행복했다. 저 세상, 거기서 영원한 안식 누리소서.

윤종호 수필가

▶김규련 수필가 10일 별세, 김준홍(포항대 교수) 씨 부친상, 우원강(전 삼보물산 대표)·김영환(포스텍 교수)·여광혁(경기 소신여객 대표이사) 씨 빙부상. 빈소=영남대병원 장례식장 301호. 발인=12일(금) 오전 7시 30분. 장지=영천 만불사. 010-2544-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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