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한 시대의 영웅

올봄은 이례적으로 4월에 혈액이 부족하여 혈액수급을 위해 분주한 날을 보냈다. 부족한 혈액을 수급하기 위해 적십자혈액원은 새벽부터 채혈백, 아이스박스, 주삿바늘, 생수, 초코파이를 싣고 대형 헌혈버스 8대로 헌혈 현장으로 출동해 분주하게 생명나눔 운동을 전개했다.

대구경북 관내 11개 소 '헌혈의 집'과 헌혈버스에는 생명을 나누어 주는 헌혈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800명 이상이다. 전국에는 헌혈의 집 136개 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생명나눔운동의 모범지역이다. 전국 헌혈의 집 가운데 동절기 수혈용 혈액목표 달성 최우수 헌혈의 집이 '중앙로센터'이고, '동성로센터'는 5년 연속 채혈 실적 최우수 헌혈의 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대구가 생명나눔운동의 선도 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사실이다. 동성로에는 3개의 헌혈의 집이 운영되고 있으며, 주말에는 젊은 헌혈자들로 붐빈다. 생명나눔운동에 동참키 위해 장시간 대기하는 헌혈자들을 보면 숭고한 마음까지 든다.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며, 현대의학이 발달하더라도 아직 인공혈액이 존재하지 않아 대체물질이 없다. 또한 혈액은 농축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등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헌혈은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2004년 헌혈운동 관련 4개 국제기구(WHO'국제적십자연맹'국제헌혈자조직연맹'국제수혈학회)가 1901년 'A-B-O 혈액형'을 발견한 오스트리아 생물학자 칼 랜드 스타이너 박사의 생일인 6월 14일을 기념해 '세계 헌혈자의 날'로 제정했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기념해 전 세계 저명한 혈액학자들은 혈액에 대한 최신 지식 연구보고, 국제적인 신기술 습득, 헌혈 정보교환, 저개발국 헌혈, 수혈기술 지원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지구촌 이벤트를 한다. 우리나라에도 12, 13일 양일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계 헌혈자의 날 기념식을 연다.

대구에서도 헌혈 축제를 동성로 광장에서 10월 마지막 날에 펼친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헌혈자를 모시고, '헌혈, 생명이 피다'라는 주제로 헌혈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00만 명 헌혈 목표를 달성했으며, 대한민국 인구의 0.5% 정도인 20만 명밖에 없는 'RH-' 혈액 보유자들은 순수 헌혈봉사회를 조직해, 헌혈을 홍보하고 혈액정보를 교환하며 자발적으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국내 수혈자와 헌혈자 그리고 의료기관에 세계 최고 수준의 혈액제제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적십자혈액원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급과 쾌적한 헌혈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더불어 수혈자에 대한 맞춤서비스 제공, 지속적인 혈액사업 발전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지금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노인인구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혈액의 수요는 많아지고, 저출산으로 인한 젊은 층의 감소로 미래에 혈액부족 등 큰 사회문제가 도래할지 모른다. 지금은 주로 고등학교와 군부대가 주요 헌혈처다. 학생들의 방학인 1, 2월과 7, 8월에 매년 혈액이 부족해 동분서주하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되기 전에 미래의 300만 명 헌혈계획, 미래의 헌혈자원 확보, 안정적인 혈액수급 대책을 마련, 준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가 가진 재능대로 인적'물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희망이 있다. 특히 자기의 생명을 나누는 헌혈자가 진정한 나눔 실천가다. "당신의 헌혈이 생명을 구합니다. 당신이 진정한 이 시대의 헌혈 영웅입니다." 6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이하여 '헌혈 영웅들'에게 매일신문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영길/대구경북혈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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